요양보호사의 길 34

함께 걸어가요/이화신

이슬의 영롱함이 그대의 맘인 가요화사한  볼우물엔 사랑이 넘쳐나네                                          신선한 첫눈 속에 활짝 핀 빨간 동백 이고 진 삶의 무게 봉사로 승화시켜화려함 부질없다 진심을 전하는 맘신선한 충격으로 알알이 익는 열매 이화주 한잔 술이 벗보다 더 좋은 날화수분 추억 속에 머물고 싶은 순간신선한 고독으로 빗줄기 헤어보네   화신 선생님너무나 소중한 카드를 받으니그냥 소녀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어요.얼굴만큼이나 마음씨 고운 사람으로부터 과분한 마음을 받으니 그 기쁨 더 컸어요.화신 선생님이야 말로 우리 요양원의 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현실은 아니지요.그러나 자부심을 갖고 힘이 들어도좋은 보호사가 되도록 함께 걸어가요.즐..

대구고등학교 어머니 봉사단

안녕하세요. 영문대 요양원 요양보호사 팀장 OOO입니다. 저희 요양원은 남구 대명동 계명대학 후문 근처에 있습니다. 작은 텃밭과 아담한 테라스를 갖추고 1,2층에는 어르신을 모시고 3층에는 식당과 사무실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22명의 어르신이 계시고 원장님을 비롯해서 16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대부분 개인 보호를 받아야 될 분들이기 때문에 24시간 늘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내 부모님보다 더 살갑게, 내 집보다 더 깨끗하게, 집 음식보다 더 잘 드시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어르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침대 시트를 갈 때 매트를 들어 올리면 침대 구석구석 손이 잘 들어가지 않는 곳의 먼지가 마음에 걸렸어요. 언젠가 날을 정해서 청소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간절했지만 시간 내기가 쉽지가..

어찌하면 좋은가요?/SH

눈꼬리의 주름은 깊어지고 귀밑 머리는 잔설이 늘어나는데 계절은 변함없이 찾아오고 앞산 자락 목련꽃은 우아한 자태로 내 눈을 홀린다. 오오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랜만에 목련화를 부르며 나의 봄은 시작된다. 요양원 뜰에 환하게 피어있던 목련화도 떠오른다. 행복할 때도 괴로울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요양원에서 모시던 어르신들이 오늘따라 더욱 생각난다. 초로의 재미없는 일상에 많은 추억과 행복함을 갖게 해 주신 고마운 어르신들.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면서 많은 어르신을 모셨다. 한결같이 아픈 사연을 안고 오신 분들이다. 칠팔십 년 전에는 그분들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한평생을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생무상이란 말이 더 절실히 느껴지는 ..

꽃구경

봄이 오는 길목이란 말이 아직은 이른 듯한 2월 중순 테라스 옆 텃밭에는 파릇파릇 실파들이 줄을 지어 싱그럽다. 담벼락 옆 홍매화는 줄기마다 봉긋봉긋한 아기 꽃망울들이 다투어 햇살 받는 모습이 앙증스럽다. 눈 속에서도 찬란하게 꽃을 피우는 그의 의지에 사람들의 예찬은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다. 수천 개의 꽃망울 속에 피어난 한송이 홍매화! 꽃은 이렇게 다시 피어나는데...... 얼마 전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르신 생각에 잠시 눈을 감아 본다. 살아계실 때 따뜻한 물 한 모금 정성껏 드리고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예쁘게 피어난 꽃구경시켜 드리자. 병풍처럼 바람을 막아주는 이웃집들, 정남향의 요양원, 따뜻한 햇살, 잠시 어르신을 모시기에 좋은 날이다. "어르신 매화꽃이 피었어요~" "꽃구경해요..

요양원의 현실

우울한 뉴스가 매일 쏟아진다.사람을 편리하게 하는 과학의 발전은 빛의 속도로 빠르고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지만 불만은 더 많아지고......압축성장의 과정에서 허술했던 부분들이 사회 전반에서 불거지고양극화된 사회의 문제점들이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몰고 있다.얼마 전에는 유아원에서 어린이 학대로 사회가 떠들썩하더니 이번에는 요양 병원에서 노인 학대로 난리다.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관심이 가고 부끄럽고 화가 치밀기도 한다.인터넷을 뒤져 요양원의 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찾아보고 거기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일일이 읽어보았다.간혹 요양병원의 현실을 이해하는 댓글이 있었지만 대부분 비난의 글이었다.비난의 도를 지나쳐 화형에 조상 부모까지 싸잡아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다.변명의 여지도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그날이 오면

□ 제 목 : 그날이 오면 □ 내 용 내 나이 59세. 환갑을 몇 달 앞두고 있다.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생각도 하게 되었다. 부모형제나 주위, 사회로부터 과분하게 받았던 혜택과 사랑을 이제는 조금이라도 베풀고 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눈에 보이고 듣고 배운 만큼 세상을 알았는데 의외로 세상은 넓고 복잡하고 다양하다.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그들만의 작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노인요양 봉사활동. 처음으로 일을 하게 된 곳은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다. 대형 방 두 개와 작은 방 하나 욕실 3개 면담장소 비품창고 거실과 부엌 등을 갖춘 60평 규모의 가정집이다. 깨끗한 테라스와 작은 텃밭이 유난히 ..

아름다운 통찰

아름다운 통찰 “H 씨! 기저귀 손대면 안 돼요. “ “어어 시X ~ ” “또 욕 하네요, 아니~~~ ” “자꾸 그러시면 간식 없어요.” “ @#&%~~~” 기저귀 빼어서 옷이랑 침대 시트 몽땅 다 젖게 하고 욕하고 거짓말까지 하니 오늘 간식은 주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 먹을 것만 생각하는 게 하루 일과인 H 씨에게 먹는 것을 주지 않겠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어 생각해 낸 것이 먹을 것을 가지고 겁을 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잔꾀였다. 2년이 훨씬 지난 지금 생각하면 좋은 요양보호사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아들 딸 결혼시키고 나니 부모로서 큰일을 다 했구나 하는 홀가분한 기분도 잠시 세상에 관해서 관심도 재미도 없고 마음은..

내 마음 속 힐링 캠프

일주일이 하루 같고 한 달이 훅훅 스쳐가는 나이가 되면, 속담 같은 옛말들이 우리네 삶에서 기막히게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험자들이 살며 깨달은 시간을 합하면 인간의 숫자로는 표현이 불가능할진대, 그 이치의 타당함이야 오죽할까. 처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을 때만 해도 체감하지 못했는데, 요양원에 출근한 첫날 입이 떡 하고 벌어지면서 그런 옛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더니….” 얼추 자식들 뒷바라지가 끝나면 나만을 위한 노후도 좋지만 여가 삼아 봉사 활동도 관심을 가져보리라 생각만 막연했던 십여 년 전의 나였다. 그랬던 내가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아픈 사람들이 있는 곳, 보다 정확하게는 임종을 앞둔 어르신들이 계시는 이곳에 오자마자 먼저 반응한 것은..

시간은 내 편이다

똑똑똑~ "상훈님! 변 보셨어요?" "예, 어제 보았습니다." "잘 됐네요. 이제 보조식품 하루에 2 봉지만 드시도록 해요." 멀고 먼 길 돌아서 요즈음은 짧은 대화를 나눈다. "저~상훈님 오늘 사물함 정리해 드릴까요? 정리하면 공간도 넓어지고 훨씬 사용하기가 편리한데요?" 숨을 죽이고 눈치를 봤다. 침대 바닥만 내려다보고 한참을 생각에 잠기더니 "예." 역시 시간은 내 편이다. 요양원의 창문을 제외한 구석구석을 말끔히 정리하고 반짝이도록 닦았다. 창문은 요양원 요건에 맞는 설치로 밖은 손을 댈 수가 없다. 많은 공간을 나누어서 청소하고 수고했다며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데 아직 정리되지 않은 한 곳, 상훈님의 침대와 사물함이다. 침대 위에는 신문 책 옷 타월 외에도 잡동사니가 널브..

어르신 행복이 우리의 행복입니다/보물찾기

'어르신 행복이 우리의 행복이다.'원의 구호처럼 어르신이 편하게 잘 계시면 우리 보호사들도 편하다.도연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우리는 울고 웃는다.기골이 장대하셔서 젊었을 때는 씨름대회에서는 소도 타고 강호동(?)이와 대결에서도 이겼다며 자랑이 대단하시다.한평생 농사를 부지런히 지어서 조금의 재산도 이루고 2남 1녀를 나름대로 잘 키웠다는 자랑도 하신다.공연이 있을 때에는 너무 흥이 많으셔서 춤도 추시고 노래도 꼭 한 곡씩 대표로 하신다.한 번은 흥에 겨워 소변 실수도 잊고 노래를 하셔서 이후로는 보호사들이 신경을 쓰는 일이 많다.부모님 얘기를 하실 때는 엄마, 아빠라 호칭을 쓰는데 이를 때는 어린아이 때의 기억에 머무시는 것 같다."양치하셔야지요, 식사 드실 준비합시다, 화장실 갑시다."무슨 말을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