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행복이 우리의 행복이다.'
원의 구호처럼 어르신이 편하게 잘 계시면 우리 보호사들도 편하다.
도연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우리는 울고 웃는다.
기골이 장대하셔서 젊었을 때는 씨름대회에서는 소도 타고 강호동(?)이와 대결에서도 이겼다며 자랑이 대단하시다.
한평생 농사를 부지런히 지어서 조금의 재산도 이루고 2남 1녀를 나름대로 잘 키웠다는 자랑도 하신다.
공연이 있을 때에는 너무 흥이 많으셔서 춤도 추시고 노래도 꼭 한 곡씩 대표로 하신다.
한 번은 흥에 겨워 소변 실수도 잊고 노래를 하셔서 이후로는 보호사들이 신경을 쓰는 일이 많다.
부모님 얘기를 하실 때는 엄마, 아빠라 호칭을 쓰는데 이를 때는 어린아이 때의 기억에 머무시는 것 같다.
"양치하셔야지요, 식사 드실 준비합시다, 화장실 갑시다."
무슨 말을 해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 대답하시며 곧장 실행을 하신다.
그런데 가끔은 폭력을 휘둘러서 여간 걱정이 아니다.
거기에다 이제는 대소변을 가리지를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처럼 기저귀를 착용하면 되는데 거부하신다.
몇 번 실수를 한 후에는 착용을 하셔도 어느새 또 빼어버리니 보통 일이 아니다.
"나한테 기저귀 채우는 사람은 무조건 때려놓고 본다."라고 위협도 하시고 또 가끔은 허락을 하시기도 하니 종잡을 수가 없다.
거기에다 늘 움직이시니......
하루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어르신과 약속을 한다.
"오늘도 기저귀 빼지 않기로 약속해요."
"그러지 뭐."
환하게 웃으시며 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복사까지 하는 약속을 굳게 하시지만 맨날 헛수고다.
다른 방법은 없다.
계속 애정과 관심을 갖는 수밖에.
TV 시청을 잘할 수 있는 자리에 혼자만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마련해 놓았다.
잦은 실수로 여러 곳에 냄새가 배는 것도 방지하고 일을 하면서도 항상 시야에 들어와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오며 가며 눈으로 웃고 손으로 기저귀 착용을 확인하는 일이 24시간 풀가동이다.
실수를 했을 때 조금만 싫은 기색을 하면 당장 흥분상태로 돌변해서 폭력을 쓰니 표정관리도 중요하다.
기저귀 뺄 때마다 속이 상하면 하루 종일 얼굴은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젠 아예 포기를 해버렸다.
놀이라 생각하기로 작정했다.
이왕이면 어릴 때 소풍 가서 재미있게 하던 놀이 [보물찾기]로 정했다.
"어르신 아무리 기저귀를 깊은 곳에 숨겨놓아도 찾아올 수 있어요."
휴지통, 이불 속, 화장실, 옷장, 옷 속, 침대 밑 중 한 곳에 있다.
큰 체격의 어르신이 한 뭉치의 기저귀를 숨기는 모습을 상상하면 귀엽기도 하다.
찾았을 때 찍찍이를 뜯지 않았을 때에는 그냥 보물 찾기에서 보물을 찾았는 기분으로 웃음이 나는데
찍찍이를 뜯어버린 상태면 다시 사용할 수가 없어 인상이 써지고 화가 난다.
그럴 때는 억지로 심호흡을 하고 한 템포 늦춘다.
오늘도 수십 번의 눈웃음을 짓고 몇 번의 보물 찾기를 했다.
낮에는 어르신께 재미난 동영상을 보여드리며 눈물이 나도록 같이 웃었고
초저녁도 한 밤도 한시도 놓치지 않고 바스락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새벽에 잠시 깊은 잠에 빠졌다가 삐지지 화장실 문소리에 일어났는데
아뿔싸!
비상구 불빛에 번지르르하게 윤기가 흐르는 복도
불을 켜고 확인하니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소변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불 속에서 찾은 기저귀는 보송한 새것인데 찍찍이 네 개가 모두 뜯어져 있었다.
옷을 갈이 입히고 기저귀는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면서
"정말 미치겠어요! "짜증을 내었더니
"나도 미치겠구먼!" 하신다.
"정말 왜 이러세요!"
"죽으면 되지, 둘이 죽자."
"제가 왜 죽어요?"
너무 화가 나서 대꾸를 했더니
"이제 그만 하소!"
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한 마디만 더 하면 흥분하실 것 같았다.
입을 꾹 다물고 밀대로 사납게 애꿎은 바닥만 빡빡 밀었다.
20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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