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53

먹튀

끝났다는 장마느닷없이 쏟아지는 빗줄기통기브스를 푸는 날이다.기다림의 설렘에 비가 대수랴.익숙한 병원 절차, 1시간의 물리치료, 혼자 가는 게 편하다고 고집. 예약시간보다 일찍 갔다.콘크리트 같은 벽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어서다. CT, X-RAY 촬영은 몸이 기억해서 쉽다.담당 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흰 부분은 잘 붙은 곳이고 약간 거무스레한 부분은 시간이 더 경과해야 한다고."3주 후에 다시 봅시다." 힘을 빼세요!!반복되는 쉼 없는 노동에 지친 목소리다.통기브스를 톱으로 자르는 소리, 느껴지는 진동, 아차 잘못하면 살을 헤집고 들어갈 것 같은 불안함.당신 같으면 힘이 빼지겠냐고요! 목까지 차올라오지만 참았다.저 톱날은 기브스 두께만큼만, 완충재까지는 도달하지 않도록 만들어졌을 거야.희망이..

나의 이야기 2025.07.22

행복 찾기

'내 남편을 고발합니다'화를 참기에는 한계점에 이른 듯하다.지금 이 감정 주체하지 못하고 서투른 타법으로 메모를 했다.손만 자유로우면 낱낱이 기록으로 남기리라. 퇴원 후 생활은 예상을 벗어났다.얼마나 그리워했던 집인가.먹거리는 충분했다.시원하다.취침, 기상시간 자유롭고 공간 활보도 좋다.넷플릭스 실컷 보는 것도 좋다.삼국지, 적벽대전, 중증외상센터, 어른 김장하, 승부, 오징어게임 2,3, 케이팝 데몬헌터스~~그런데 문제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감정의 다툼이 일어나고 있었다. 수술이나 병 완치 후에는 섭생과 관리가 중요하다.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한시적인 일이기에 손을 아끼려고 했다.식사 차림을 비롯해서 소소한 일은 가르쳐주면 남편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전혀 아니다.너무 답답해서 웬만한 건 한..

나의 이야기 2025.07.15

내가 오래 살아야 되겠다

집이 그리웠다.낭만적인 전원주택도 아니고 신축의 편리한 고급 아파트도 아닌 해묵은 아파트지만 내 손길이 닿은, 눈을 감고도 찾아다닐 수 있는 공간들.가령, 5일 밤을 병실에서 자야 퇴원을 하는데 오늘은 날이 밝았으니 하루는 가는 거고 4일 남았다는 식의 나만의 계산으로 시간을 보냈다.집을 떠나 타지를 갔을 때도 '여기서부터 대구시'라는 표지판만 보아도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그렇다고 대구가 정서적으로 마음에 들고 꼭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귀소본능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신나서 퇴원을 하고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후덥지근하고 탁한 공기~미간이 찌그려진다.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주부들은 단번에 알 수 있다.환기를 시킴과 동시에 에어컨 가동을 했다.탈수증에 잎이 마르거나 작은 줄..

나의 이야기 2025.07.08

입원 15일

어처구니없이 넘어진 일로 생각이 많아졌다.손목의 통증은 가시지 않았지만 응급실은 가지 않고 월요일까지 버티기로 작정했다. 뼈가 부러졌다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데 견딜만하니 금이 갔는 것 같다는 지인의 말에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역시 집 밖은 위험해!농담까지 하는 여유가 생겼다.곰곰이 원인 분석에 화를 낼 대상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빨리 거두었다.내 탓이다. 1차 진료를 거쳐서 2차 병원에서 손목뼈가 부러졌다는 검사 결과. 수술 성공이더라도 하지 못함만 못하고 어쩌면 작은 기능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는 진단은 너무 충격이었다.병원에서는 원래 최악의 경우를 말한다는데 반쯤 공감을 하며 자신을 다스린다. 마취된 오른팔, 서늘하고 무겁다. 언젠가 제주도 맛집에서 흑돼지구이를 먹었을 때 서걱 씹히던 덩어리에 ..

나의 이야기 2025.07.03

아파트 뒷길

꽃의 계절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다.같은 꽃이라도 어떤 곳에 피어있는지 느낌은 전혀 다르다.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바위 틈새 소담스럽게 핀 꽃을 좋아한다.산도 좋지만 강이나 바닷가처럼 물이 배경이 되면 더 좋다. 아파트 뒷길일방통행이고 장시간 주차하는 차들이 늘어서 있어서 다소 삭막한 느낌이지만 맞은편 HS고등학교 경계목인 편백의 사철 푸르름이 좋다. 밤이면 너무 조용해서 혼자 다니기는 무섭다. 어느 날 학교 입구의 도로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웃고 있는 경찰 이모티콘이 환히 보였다. 전봇대에 영상 설치를 한 모양이다.경찰의 세심한 배려에 고맙고 든든하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좋은 나라!' 속으로 읊조려본다.근래엔 인도에 새로운 포장을 해서 색깔도 예쁘고 밟는 느낌도 부드러워 뒷..

나의 이야기 2025.05.27

향기

후끈 달아오른 느낌의 날씨다.지열이 없으니 걷는데 무리는 없다.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자는 결심을 실천 중이다.게으름으로 오래 미루었던 통장을 압축 정리를 하고 새 통장으로 발급받았다. 깔끔하다. 머리 커트도 하자.외출 시에는 모자를 쓰면 편하니 미루던 커트였는데 실내에서 모자를 벗으면 웃기는 모습이 된다. 급하면 두건을 쓰기도 하고 스카프로 이상하게 보이는 두상을 감추기도 하는데 잦으면 두피와 머리카락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 쥐똥나무 미장원까지 걸어서 가자.집에서 미장원까지 걷기는 애매한 거리지만 은행이 중간에 있으니 이미 반쯤 왔다.걸을 때는 나만의 규칙이 있다.바른 자세로 걷기가 기본이다.좋은 기분으로 누구를 생각하거나 무얼 해 먹을까, 정리되지 않은 일이나 이런저런 생각은 자유다. 그러다 예..

나의 이야기 2025.05.22

사부작 사부작~~~

좋다.여유롭다.무엇엔가 쫓기던 시간들에서 탈출에 성공했다.고민의 시간이 필요했고 충분히 심사숙고한 결과다.백화등(백화마삭줄) 부모의 역할이 끝나고 사회의 일선에서 물러나면 시간이 여유롭고 가끔은 심심할 때도 있을 줄 알았다.심심할 때면 아무 생각 않고 그대로 멍 때리며 있어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실 하나. 소소한 일상을 남기고 싶었다.세월이 많이 지나 호호할머니가 되고 가끔은 무료할 때가 있을 것이다. 좋아하던 사람들과도 이별이 많을 테고 내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즐거움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또 있다.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이곳을 통해 엄마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나의 이야기 2025.05.21

어버이날/우리 돈 많잖아요

띵똥~~꽃배달입니다.감사합니다. 오늘은 어버이날고사리 손으로 가슴에 달아주던 카네이션이 무한 뿌듯할 수가 없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언제부턴가 가슴에 다는 게 부담스러워 컵에다 꽂아 두기에 익숙했다.시대가 바뀌면서 실용적인 걸 좋아하는 부모님들을 위한 카네이션 화분이 등장한다. 몇 년 전 꽃바구니를 받고 너무 좋아했더니 "아이고 우리 엄마, 너무 건조하게 사셨구나 자주 보내드려야겠다"라고 하던 아들의 선물이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너무 예쁘다."꽃보다 돈이 더 좋은데."분위기 깨는 남편"우리 돈 많잖아요." 오래 전 어느 새해 큰 형님이 아래 동서들에게 세배돈이라면서 10만 원이 든 봉투를 주셨다. 검소하고 알뜰한 성격의 형님으로서는 그러지 않아도 될 일에 큰 마음을 쓰신 거다.오히려 작은 돈이라며 목소..

나의 이야기 2025.05.11

예쁜이들

"장모님!""요즘은 우리 집 두 여인에게 작은 예쁜이, 큰 예쁜이, 이렇게 불러요.""오~좋다.""그럼 큰 예쁜이는 너를 어떻게 불러?"" '멋진 남'이라고 부르려는데 '미남이'라고 불러달라고 했어요.""맞아, '미남이' 더 어울려."(다이어트가 필요) "아들은 며느리에게 예쁜아 부르고, 넌 아내와 딸에게 작은 예쁜이, 큰 예쁜이 부르는데 나는 뭐야.""여자 4명 중에 나만 예쁜이 소리 들어보지 못했잖아.""학력은 딸리고 나이가 많긴 해도 다른 일 잘하는 것도 많은데...... ""그럼 작은 예쁜이, 중간 예쁜이, 큰 예쁜이라고 불러드릴까요?""남편에게 들어야지.""엄마, 아빠 흠칫했어요.ㅎ"웃고 있던 딸이 끼어든다. 부끄러워서 여보라는 호칭도 불러보지 못하고 '보이소'라고 부르는데 손녀가 어릴 때 할아..

나의 이야기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