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이나 모습을 보면 아름다워 보인다.
사람도, 동, 식물도 그렇다.
미숙해도 진심이 보이면 그렇다.
댕댕이. 냥냥이에게 빠진 사람들이 이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정이 들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처음 반려동물이라며 안고 다녔을 땐 꼴불견이라고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과 반려견이 공존하며 사는 교육이 없었으니 당연하다.
키우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은 물론 반려견도 에티켓이란 걸 몰랐다.
무엇이든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심과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고 결국은 시류에 적응하게 되어있다.
요즘 유모차에 예쁜 댕댕이를 태워 다니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저 자리에 아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노파심에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애국자도 되어본다.
연세가 드신 어르신이 유모차에 댕댕이를 태우고 산책하시는 걸 보면 흐뭇하다.
댕댕이는 말동무도 되어주고 유모차는 넘어지지 않도록 몸을 의지하는 지팡이 역할을 하니까.
희귀 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가까이 또 한 사람 있다.
남편은 대체로 사물에 무관심인 성격인데 옥상에 날아오는 까마귀와 정이 들어버렸다.
재빠른 성격이 아니라 무얼 시켜도 느려서 성질 급한 내가 해버리는데 까마귀에 관한 일에는 순발력이 대단하다.
어두워도 까마귀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바로 갖고 나간다.
이렇게 애정을 쏟는 모습이 보기가 좋아서 나도 동참하게 되었다.
생선살도 대충 바르고 소, 돼지고기는 기름 부위를 떼어낼 때 살이 조금 붙어도 그냥 두고, 닭은 기름이 조금이라도 붙은 껍질은 모조리 잘라낸다.
이런 부위가 많을 때는 '오늘 까마귀 잔칫날 ' , 흐뭇하다.
식사 때는 다른 어떤 얘기보다 까마귀 얘기가 잦고 먹이 챙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가 까마귀 먹이를 챙기고 돌보는 것만도 아니다. 어쩌면 받는 게 더 많다는 계산은 사람인 우리가 더 빠를지도 모른다.
남편은 자기를 보고도 날아가지 않고 자기 집처럼 떡 버티고 있는 까마귀, 먹이를 가져다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아는 것 같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해맑다.
건조해지는 노후의 감성에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까마귀가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침침한 눈으로 일일이 가시를 바르지 않아도 되고 생선가시를 버리려면 말려야 하는데 하루살이벌레가 생기지 않으니 베란다가 깨끗하다.
게장은 나만 좋아하고 먹는 반찬이다.
맛도 맛이지만 먹기 위한 노력에 비해 실속이 없다며 가족들은 귀찮아한다. 그래서 혼자 식사할 때만 먹게 되는데 집게 다리는 너무 단단해서 이빨 다칠까 봐 모아둔다.
찌개에 넣기 위해서다. 생각해 보니 까마귀도 게살을 좋아할 것 같다.
부리가 단단하지만 집게 다리를 부스를 수가 있을까? 우리 가족처럼 노력에 비해 실속이 없다며 외면할까? 망치로 부숴서 준다면? 얘길 했더니 귀찮다는 말 한마디 않고 바로 망치를 찾아준다.
망치로 껍질을 부수어놓고는 둘이 웃었다.
우리도 귀찮아서 먹지 않는데 까마귀 먹이려고 망치질을 하다니.
이제 기다리면 된다.
예상 적중!
2시간 후 나가보니 알뜰하게 속살은 발라먹고 껍질만 남겼다.
성공~
까마귀
까칠한 모난 성격 사람들 경계하나
마음 밭 열어주며 부르는 노랫소리
귀담아 들어보니 모든 게 소중하네
아침
까르르 아이 웃음 산골의 적막 깨고
마당엔 산새 들새 흐르는 냇물 소리
귀중한 순간이여 잠시만 멈추어라
여유
까칠한 세상인심 한 발짝 뒤로 하니
마음의 온갖 번뇌 한눈에 들어오네
귀하신 이들이여 고마움 전합니다
계방산 야영장에서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님의 추억과 친구 (29) | 2024.11.29 |
---|---|
누구니? (46) | 2024.11.27 |
잔치국수/교동시장 (16) | 2024.11.25 |
쌈닭 (34) | 2024.11.24 |
마음 호강, 귀 호강 (0) | 2024.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