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일 아침 방송에 엄마가 좋아하는 곡 OOO 씨가 부를 거예요."
"정말!"
진한 감동이다.
수십 년을 떨어져 살았는데 내가 좋아하고 잘 부르는 곡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다니.
*님이 오시는지*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취일까
흐르는 물소리 님의 노래인가
내 맘은 외로워 한 없이 떠돌고
새벽이 오렸는지 바람만 차오네
백합화 꿈꾸는 들녘을 지나
달빛 먼 길 내 님이 오시는가
풀물에 배인 치마 끌고 오는 소리
꽃향기 헤치고 님이 오시는가
내 맘은 떨리어 끝없이 헤매고
새벽이 오렸는지 바람이 이네 바람이 이네
*****
'그리움 달랠 길 없어 나는 걸었네~~~'
"나리야, 어떻게 똑같은 시간에 같은 노래, 첫 소절도 아닌 마지막 소절을 부를 수가 있지?
너무 신기하다 그자"
엄마를 도와준다며 배를 식탁에 딱 붙이고 오동통 고사리 손으로 부칠 전에 밀가루를 톡톡 묻히며 부르는 노래다.
이런 경우가 서너 번 있었는데 딸과는 아주 어릴 때부터 무언의 교감이 있었는 것 같다.
그럴 때면 신기하다며 온몸으로 웃었다.
*공항의 이별*
하고 싶은 말들이 쌓였는데도
한마디 말 못 하고 헤어지는 당신을
이제 와서 붙잡아도 소용없는 일인데
구름 저 멀리 떠나버린
당신을 못 잊어 애태우며
허전한 발길 돌리면서
그리움 달랠 길 없어 나는 걸었네
수많은 사연들이 메아리쳐도
지금은 말 못 하고 떠나가는 당신을
이제 와서 뉘우쳐도 허무한 일인데
하늘 저 멀리 사라져 간
당신을 못 잊어 애태우며
쓸쓸한 발길 돌리면서
그리움 참을 길 없어 나는 걸었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아주 어릴 때라도 부모와 자녀들과의 소소한 일도 오랜 기억으로 남는가 보다.
부모의 역할, 새삼 느낀다.
*****
*힐링 가을 음악회*
OO 우수고객 초대 음악회였다.
소박하고 작은 음악회지만 적잖이 감동적이고 귀호강을 한 밤이었다.
클래식을 접한 지 꽤 오래되었다.
지금까지 부담 없이 대중음악을 가까이하고 살았다.
한때 가곡에 빠져 있을 때는 계절에 따라 부르는 노래도 달랐다.
나의 봄은 목련화나 동심초로 시작되고~보리밭, 한송이 나의 모란, 님이 오시는지, 가고파~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 가을인가, 고향의 노래~~~ 생각만 해도 그리운 곡들이다.
가곡이 예전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아도 부르면 가장 위로를 받는 것 같다.
플라시도 도밍고에 빠졌을 때는 CD가 늘어질 정도로 듣고 같은 CD를 재구매를 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 빠졌을 땐 판넬의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모습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하던 때가 있었다.
2시간의 공연이었지만 힐링은 물론이고 귀호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날 이후 대중음악에 무관심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