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잔치국수/교동시장

눈님* 2024. 11. 25. 18:25

카톡 좀 보라고 닦달하는 SB 씨 전화다.

"난 카톡 잘 안 본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나다가 보지 않으니 이상하다, 교동시장에 가면 국수 맛집이 있는데 다섯 시까지만 영업을 하니 가자고 조른다.

지금 하는 일이 있어서 바쁘고 국수는 돈 주고는 사 먹지 않는다는 말을 했지만 일은 나중에 하고 먹어보면 국수에 대한 생각이 다를 거라며 물러서질 않는다.

"알았어."

티벗 님들의 글이 너무 자주 올라와서 봤더니 챌린저 이벤트에 참여 중이었다.

엑셀에 매달려 무심히 지나쳤다.

마감일이 임박했지만 경험 삼아 참여해 보기로 작정하니 마음이 바쁜 것이다.

 

교동시장(양키 시장), 한때는 px 물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유럽 등지의 수입 물품 집합소였고 일제 주방기구나 수입 전자제품의 전시장 같은 구실을 하던 곳이었다.

동아백화점과 맞은편 국내 유명 개인 브랜드가 모여 있는 패션 1번가 이웃해서 고객층도 다양했다.

한일로를 중심으로 남으로는 대구 백화점, 반대로는 동아백화점과 교동시장이 대구의 양대 경제, 문화상권이 이뤄지던 때였고 이때가 대구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서울 부산 대구~~ 대한민국 세 번째 도시로 위상도 좋았다.

외곽지 개발과 함께 대형 유통단지가 북구에 생기고 서울의 대형 백화점이 대구에 들어서니 지방 백화점은 경쟁상대가 될 수 없어서 폐업할 수밖에 없었고

번영을 누리던 일대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오랜만에 와 본 교동시장 외곽 거리는 집단 주얼리 매장으로 환하게 메워져 있다. 누가 저렇게 많은 귀금속을 소비할까? 유유상종이라니 대구 외에서도 원정 쇼핑을 올 수도 있겠다.

교동 시장 안의 길은 세월이 멈춘 듯하다. 칙칙한 건물들, 예비군복 같은 옷들이 걸려 있고 보세집, 작업복 맞춤집, 잡화점......

사진으로 예스러움을 찍어볼까 생각했지만 용기가 없었다.

"여기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잘 보이질 않을 국수전문점,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알려진 맛집이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데 오후 4시쯤 이어서 그런지 좁은 실내는 2 테이블 밖에 손님이 없다.

구수한 육수 냄새가 난다. 꾸지뽕으로 우려낸 육수라고 게시판에 적혀있다.

"찐만두도 시키자"

"아이다, 기다려봐라, 양이 진짜 많다."

 

큼직한 냉면기에 푸짐한 양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조금 따뜻해서 먹기 좋은 온도다.

손으로 직접 밀었다는 생면은 쫄깃하고 굵기는 가락국수(우동) 1/3 정도다. 국수 모양이지만 맛은 가락국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아삭한 숙주와 면발을 함께 씹으니 싱싱한 느낌, 고소하고 부드러운 유부와 국물을 먹을 때는 가락국수 느낌도 난다.

가락국수를 좋아하는 탓에 국물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이런 국수맛 처음이다, 만두를 먹었다면 이렇게 맛있는 국물까지 다 먹지 못할 뻔했다."

"내 말 맞지, 맛있제?"

"응"

"우리가 먹은 건 이 집의 기본이고 다른 것도 모두 맛있다. 다음에 또 오자."

이 집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또 있다.

오래된 건물이고 세련되게 꾸민 실내는 아니지만 깨끗이 관리가 되어 있고 5,000원이란 가격이 너무 착하다.

매운 청양고추와 맵지 않은 아삭 고추 두 가지를 준비해 주는 따뜻한 배려도 마음에 든다.

누구에게 이 맛을 보여줄까 생각 중이다.

 

꾸지뽕; 뽕나무 과에 속하고 비타민 C와 황산화 성분으로 면역력 강화, 피부 미용, 소화 개선 등.

            밀가루 음식이라도 소화가 잘 되어서 더부룩하지 않다고 하는데 ??

사진으로 찍지를 못해서 검색으로 찾았는데 위의 국수에 숙주와 유부가 넉넉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니?  (46) 2024.11.27
까마귀 사랑과 망치  (10) 2024.11.26
쌈닭  (34) 2024.11.24
마음 호강, 귀 호강  (0) 2024.11.22
메기 매운탕/문양  (13)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