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종 걷는 귀여운 병아리
따뜻한 알을 낳는 고마운 암탉
윤기나는 붉은 볏, 굵고 긴 목 꼿꼿이 세우고 꼬끼오~~~ 울음도 우렁찬 멋진 수탉
닭은 어릴 때부터 우리와 참 친숙한 동물이다.
요즘은 붉은 육고기보다 닭고기가 단백질 섭취에 좋다며 인기다. 인기 없던 퍽퍽한 가슴살도 근육 만드는데 좋다며 덩달아 제값을 받는다.
닭으로 다양한 요리를 쉽게 해도 맛을 낼 수 있으니 주부 입장에서는 좋다.
K 열풍으로 매콤한 뼈 없는 닭강정은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것 같은 예감.
투견, 투우는 구경은 못했지만 많이 들어서 익숙한데, 쌈닭은 tv에서 스치듯 본 게 전부다.
앙칼지고 매서운 눈, 힘찬 발길질은 작은 덩치지만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쌈닭이 되었다.
키다리와 장다리의 싸움, 지는 싸움은 아예 하지를 않는다.
싸움에는 명분이 중요한데 부부 싸움에는 명분이 다소 약해도 이길 수 있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수다로 단련된 여자를 말로써는 감당할 수 없다. 거기에 억지를 보태고 삼식섹끼를 해결해 주는 여자를 어찌 이기겠나.
노후에는 무조건 아직도 예쁘다. 잘한다, 덕분이다, 그래, 그러자,공감이 필요하다.
마음과는 달라도 이러는 게 이기는 일이고 집안 편하고 사랑받고 사는 방법을 남편들은 알았으면 좋겠다.
멍청한 여자가 아니라면 남편의 그런 말에서 믿음과 사랑을 느낀다.
기억으로는 오늘이 세 번째로 큰 소리를 지른 大戰이다.
처음 목소리를 높였을 때가 국민연금 타는 시기가 지났는데 주지 않았을 때.
다음은 언니 전세금을 받지 못해서 매입한 집을 일 년이나 비워두고 있는데 또 약속을 어기고 사과는 고사하고 고약한 말로 배짱을 부렸을 때다.
이번이 세 번째다.
큰 전쟁도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듯이 부부 싸움도 그렇다.
다른 일에는 관대한 편인데 친정, 특히 언니와 조카 일에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다.
나에게 잘하는 것보다 내 핏줄에 잘해주는 게 몇 배 더 고맙다는 말을 해도 금세 잊어버린다.
소소한 일에도 젊은 사람을 이해하기보다는 비판부터 하는 게 너무 속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 같다.
화를 삭이기 위해 계단을 걸었다.
42 계단이 숨 가쁘지를 않는다. 천천히 걸었나, 안정이 되었나?
언니가 좋아하는 아주 매운 닭강정과, 조금 매운 것을 사서 혼자 갔다.
나는 교촌의 간장치킨을 좋아하는데 언니는 이곳에 살 때 먹던 매운 닭강정이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라고 한다.
대문 밖을 쓸고 있는 언니를 보니 벌써 돌아가신 엄마와 큰언니를 보는 듯하다. 앞으로 몇 번이나 언니를 부를 수 있을까.
몰래 다가가서 놀래주려다가 행아! 불렀다. 울컥했지만 눈은 웃음을 보냈다.
최대한 표정관리를 했다.
남편이 2번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한 손에 작은 의자, 한 손엔 시골 참기름과 다수의 물건이 든 장바구니, 양손에 든 물건의 무게가 비슷해 균형이 잡힌다. 근력운동이 되겠다.
그런데 몇 걸음 걸으니 부담이 된다. 이걸 들고 버스를 탄다고?
함께 왔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다시 화가 난다.
노선 좋고 한가한 시간이지만 언제부턴가 대중교통은 나의 자가용이라는 생각에 빠진 나를 발견했다.
다행히 바로 택시를 탈 수 있었는데 기사분이 할아버지다. 길이 서투르신지 다른 길로 돌아가게 되어 미안해하신다.
"남편 때문에 화가 났는데 드라이브하는 셈 치면 되니 아시는 대로 가시면 돼요." 아버지께 이르듯이 속상함을 토로하는 자신이 웃긴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내리는데, "남자들이 참 문젭니다. 좀 잘하지." 일방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시는 할아버지 말씀에 기분이 조금 풀리고 고마웠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일 무서운 침묵으로 2~3일은 버텨야 한다.
현관문 비번을 누르는데 안에서 먼저 열어준다.
눈도 맞추지 않았다.
"붕어빵 먹어라", 봉지를 내민다.
"안 먹습니다!"
*다시 돌아온 문제의 의자*
집 정리할 때 치웠던 의자인데 작아서 체형에 맞고
등받이가 없어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데 최적
탄탄하고 안정감이 있어서 앉아서 운동하기에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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