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뉴스가 매일 쏟아진다.
사람을 편리하게 하는 과학의 발전은 빛의 속도로 빠르고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지만 불만은 더 많아지고......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허술했던 부분들이 사회 전반에서 불거지고
양극화된 사회의 문제점들이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아원에서 어린이 학대로 사회가 떠들썩하더니 이번에는 요양 병원에서 노인 학대로 난리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관심이 가고 부끄럽고 화가 치밀기도 한다.
인터넷을 뒤져 요양원의 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찾아보고 거기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일일이 읽어보았다.
간혹 요양병원의 현실을 이해하는 댓글이 있었지만 대부분 비난의 글이었다.
비난의 도를 지나쳐 화형에 조상 부모까지 싸잡아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다.
변명의 여지도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요양원의 현실을 이해하도록 댓글을 달았더니 5대 9로 비난이 훨씬 많았지만 그나마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수시로 요양 보호사로서의 요건과 윤리에 대한 교육을 받지만 천사 같은 보호사가 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밤새도록 소리 지르고 환청에 시달리는 어르신, 종일 배회하며 다른 방을 기웃거리다 남의 음식이나 물건을 손대는 어르신,
침상에서 혼자 내려오시다 골절로 고생하시는 어르신, 음식을 삼키지 못해 코로 연결된 호수를 뽑아버리는 어르신,
상처 난 부위를 긁어 더 덧나게 하는 어르신, 기저귀를 빼어서 변기에 버리는 어르신,
아무 곳에나 배설을 하시는 어르신, 목욕이나 의복 교체 거부, 작은 일에도 다투고 폭력을 쓰시는 어르신 외에도 일어나는 일이 너무 많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일이 요양원 일이다.
1 대 1개인 보호도 아닌 10명 정도를 보살펴야 한다.
청소, 빨래, 목욕 케어, 식사 수발, 이동 도움 외에도 자잘한 일들, 집에서 어린 아기나 유치원생 정도의 유아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언론의 뭇매를 맞다 보니 모두가 예민해진 탓인지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앞으로는 어르신께 조금이라도 잘못하는 보호사가 있으면 노인 학대로 고발하겠다. 이렇게 되면 아무 곳에서도 일을 할 수가 없을 거니까 알아서 하라는 원장님의 강경 발언에 이건 완전 인권 유린이다.
노동청에 고발하겠다는 반응이 일어나는 웃지 못할 아침 조회 풍경이다.
그렇다.
원장님 입장에서는 나름 양심껏 운영한다고 해도 시선이 곱지 않으니 화가 날 테고, 말이 국가고시 자격증을 가진 요양보호 사지 박봉에 온갖 허드렛일 다하고 나름대로 좋은 마음으로 일하다가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서 실수하는 일이 있는 것은 보호사 전체의 경험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한 말 듣는 보호사도 발칵 하는 현실이 참 슬프다.
얼마 전부터 요양보호사 면접을 팀장이 보라고 하셨다.
어르신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 가장 잘 알 것이란 현명한 제안이었다.
첫째 요양보호사로서 일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물었다.
내가 하는 일이 부끄러운데 어떻게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의외로 직업을 숨기는 보호사가 있다. 말이 국가 고시지 3D 업종 중에서도 최고의 고난도 직업이다.
남이 잘 못하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둘째 어르신께 진심으로 잘할 수 있는지
셋째 내 집 일처럼 잘할 수 있는지
넷째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
덤으로 인상도 보았다. 부드럽고 웃는 얼굴이면 금상첨화다.
거기에 센스까지 있기를 바라는 나는 욕심쟁이^^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천사지만 함께 일하는 보호사들에게는 악마!
어르신도 젊은 사람들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초창기에는 요양원에 보내는 것은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하던 부정적인 면이 많았다.
지금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스스로 요양원으로 갈 것이라 마음먹는 중. 노년층이 많아졌다.
자식들 역시 건강하면 모시겠지만 치매나 파킨슨 등 장기 요양 보호 혜택이 주어지는 경우에는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는 현실을 털어놓는다.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곳곳에 잡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집 근처 요양원에 치매 어머니를 모셔다 놓고 매일 저녁 식사 수발들려고 오는 효자, 효부가 있었다.
명절 전날 집으로 모시고 가서 하룻밤 모시고 있었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위 역류가 생겼다며 제사 끝내고 바로 모시고 온 예를 보더라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한 가족은 알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것은 고쳐져야 한다.
사람 사는 곳이니 가끔 근본적으로 인성이 좋지 않은 보호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힘든 환자들을 온몸으로 보호를 하다 보니 자신의 허리나 어깨 팔다리에 무리가 생긴 보호사도 의외로 많다.
심지어 보호사가 어르신들께 폭언도 듣지만 폭행도 수없이 많이 당한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보호사에게 비난보다 격려를 해 주시면 어르신께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잠시 흥분하고 비난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양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질적으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게 현명한 일이란 생각이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요양원이나 병원에 입소했을 때에만 지급하는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집에서 모셔도 같은 보조금 혜택을 주면 어려운 가정생활에 큰 도움이 될 테고 어르신도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들의 로비가 심하겠지만 이건 심각히 고민해야 될 문제다.*
201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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