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놀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올 때
치마 끝에 달랑달랑 채워줬으면
요양원 테라스에서 빨래를 널다 우연히 쳐다본 하늘에는 하얀 반달이 떴다.
자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어릴 때 본 반달은 지금도 반달이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반달의 노랫가락에 잠시 동심에 젖었는데 그런 자신이 싫지는 않다.
권 어르신이 병원에서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오셨다.
너무나 반가움에 눈이 뜨끔하다.
마음은 통하는 게 인지상정
어르신의 눈도 촉촉하다.
"아침에 마음먹은 게 맞았다." 고 하신다.
무슨 뜻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병원에 계시지 않고 이곳에 오신 게 마음이 편하시다는 표시임에 틀림없다.
잘 오셨어요.
정해년생도 2층에 있고 주방을 보던 XXX도 있고요 작은 임진년생도 여기 있잖아요.
예전처럼 우리 잘 지내요.^^
준수하던 얼굴이 반쪽이 되고 담즙을 걸러내는 주머니를 차고 오셨다.
등 뒤의 꼬리뼈는 욕창의 전조를 보이고 소변 관리가 힘이 들었는지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최선을 다 해 정성껏 모시리라 다짐을 해 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어 다른 세계에 왔는 느낌이었다.
주름 진 얼굴에 은발 머리, 느린 걸음, 굽은 허리, 새로 온 사람이 신기한 듯 보시는 표정 등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치매 증상이 있는 분들이라 거부감 없도록 무조건 좋은 인상을 보여드리려고 미소를 짓고
공손한 태도로 다가갔다.
그런데 권 어르신은 정신이 맑아 보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니 혼자 사는 게 어려워 이곳에 모셨다고 한다.
물론 아들과 딸들이 있지만 모시기는 여건이 맞지 않았는 모양이다.
막내딸이 주말마다 간식을 많이 사서 아버지를 찾아오고 가끔은 모시고 나가는 일도 있었다.
저녁 근무를 할 때는 보호사들을 불러 간식을 나누어 주시는 친절도 베푸신다.
일이 끝나고 베란다 한 편의 텃밭에 잡풀을 뽑을 때나 잠시 자리를 빌 때에는 어르신께 부탁을 드린다.
"누가 현관의 벨을 누르면 큰 소리로 저를 불러주세요~~ "
"알았다."
아버지처럼 믿고 의지했던 어르신이 어떻게 저렇게 되었을까, 너무 안타깝다.
어르신 우리 모두 잘 모실게요.
마음 편안하게 잘 지내세요.
반달
반달을 노래하던 꿈 많던 어린 시절
달변에 정의로움 세상을 품었던 나
반쪽을 찾아 나선 내 발길 머무는 곳
달콤한 속삭임이 내 귀에 맴을 돈다
반평생 살아온 길 되돌아 구비구비
달라진 삶의 의미 오늘도 되새긴다
201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