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다.
이른 아침 코 끝에 닿는 보송보송한, 이 신선한 느낌.
며칠 전만 하여도 작은 움직임에도 땀방울이 흐르고 심하면 눈꼬리로 흘러내린 땀으로 눈이 따가웠는데.
새벽에는 창문을 닫고 혹시나 하여 이불을 다독이게 된다.
오늘 낮 최고 온도는 대구지역이 32도가 된다는 기상예보에 아예 콧방귀를 날린다.
"고까짓 32도는 더위도 아니다. 37~38도도 견디어 냈어."
정말 '살인더위'라 할 수 있었다.
그냥 앉아있어도 땀이 나는데 온 힘을 다 써야 되는 업무다 보니 2~3개월 흘린 땀의 양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흘린 땀의 양보다 훨씬 더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알게 모르게 짜증도 내고 나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피부가 고와질 거라 생각하면 참을만하다.
그래도 잘 견디어냈다고 자신에게 칭찬을 하며 고락을 함께 한 동료들에게 건네는 말씨와 말투도 부드럽고 상냥해짐을 느낀다.
가장 대견하고 고마웠던 분은 우리 어르신이다.
몸이 불편하고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잘 견디어 주셨다.
더위에 입맛이 없었을 텐데도 동료들의 정성 들인 도움으로 잘 드셨다.
여름철의 영양식품인 삼계탕도 단단히 한몫을 했을 것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B00 어르신의 빈자리다.
작년 4월에 이곳에 오셨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고 마음 편하게 계셨다.
몇 달 전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을 드나드셨고 병원에서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해서 이곳에 계셨다.
84세임에도 얼굴은 순수한 아기 같았고 깨끗한 피부, 하얀 머리는 사자의 갈기처럼 멋있었다.
어떤 이는 '어린 왕자' 같다고 하기도 했고 나는 사랑스러운 '아기 사자'같다고 했다.
어제 점심을 드시고 조용히 잠자듯 떠나신 거다.
좋은 곳에 가셔서 아픔 잊고 편히 쉬소서!
힐링이 유행이고 캠핑이 대세다.
공기가 맑고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면 어떠냐.
나의 손을 거치면 환경도 반짝반짝, 어르신 얼굴도 반짝반짝,
이곳에서만 느끼고 웃을 수 있는 어르신들과의 기상천외한 대화와 무언의 찡한 교감~
사람들은 힐링을 하려 이곳저곳을 찾아 집을 나서지만
나는 오늘도 힐링을 하려 요양원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