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2층에서 근무하는 달이다.
매일 인사차 보는 얼굴이지만 한 달 만에 직접 모시게 되니 또 다른 설렘이 있어 좋다.
5~6월 모실 때 소홀했던 부분, 실수했던 일들이 좋은 경험이 되리라.
2층은 휠체어를 타고 기저귀 착용에 완전 식사도움을 드려야 되는 분들이 주로 계시는 곳이라 잔손이 많이 간다.
유일하게 ㅂ00 어르신만 예외다.
어둔하지만 조금만 도움을 드리면 대부분 혼자서 화장실, 식사, 이동을 하신다.
그런데 오늘은 점심을 드시지 않겠다고 하신다.
이유를 물어도 대꾸도 않으신다.
"어르신 날씨도 더운데 식사를 거르시면 건강에 나빠요 입맛이 없어도 조금이라도 드셔요."
꼼짝도 않으신다.
"어르신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했어요. 집에서 어른을 모시고 살아도 며느리나 딸이라도 억지로 식사드리지 않아요. 제 성의를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드세요." 어깨를 안고 토닥였다.
"아유! 좋아하시는 된장도 있네요. "
"그럼 조금 비벼서 먹을까? "
가지나물 호박나물 돼지고기 볶음 오이 묵무침에 밥은 3/4을 넣고 비벼드렸다.
"드시고 더 드시고 싶으면 된장하고 드세요."
다른 어르신 식사 도움을 드리고 와 보니 다 드시고 밥 한 숟가락만 남기셨다.
"반찬이 모자라!"
"여기 된장찌개도 조금 남았네요."
나머지 한 숟가락도 된장에 비며 입에 넣어드리며 "오늘 점심은 완전 맞춤이네요." 수다를 떨었더니 멋쩍게 웃으신다.
점심 식사가 끝난 후 기저귀를 교체하고 휴게실로 가니 ㅂ00 어르신이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계셨다.
발을 끌고 다니는 탓에 발바닥이 유달리 검을 때가 있다.
"어르신 욕실에 가셔서 발을 좀 씻어야겠어요."
잠시 머뭇거리시다 벌떡 일어서서 서툴지만 바쁘게 욕실로 가신다.
뒤 따라가서 의자에 앉히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드렸다.
"손이 말을 듣지 않아 씻겨줘." 하신다.
"어르신 그래도 자꾸 손을 사용하시고 팔도 쭉 뻗는 습관을 가지셔야 해요. 귀찮다고 사용하시지 않으면 정말 굳어져서 안 돼요." 거품을 내어 팔과 다리, 발을 씻겨드리며 직접 해보시라고 했더니 억지로 씻는 흉내를 낸다.
"오늘 밥을 먹게 해 줘서 발을 씻었어.
누가 뭐래도 난 씻는 게 싫어.
고마워서 말을 잘 들으려고 씻었지."
그렇다.
제일 건강하신 편이라고 그간 다소 소홀했었구나.
많이 불편하신 분들께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잘 드시지 못하면 먹여드리고 하는 게 부러웠고 서운하셨는가 보다.
부족함을 발견했을 때에는 부끄러울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반성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곳에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어르신이 많으니 조금 더 신경을 쓰고 마음을 읽는 눈을 가져야겠다.
마음을 읽는 눈
마음의 문을 열면 당신이 보입니다
음지의 그늘에서 정지된 황금의 눈
을러댄 세월 잊고 평온을 찾은 얼굴
읽다만 책갈피에 머무는 그리움들
는다는 한숨마저 한 소절 노랫가락
눈 내린 하얀머리 순수한 영혼이여
201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