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의 길

예쁜 주름

눈님* 2023. 7. 28. 16:41

푹푹 찌는 날씨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알송알 맺힌다.

청소를 할 때는 땀방울이 눈꼬리를 타고 눈으로 들어가 따갑기도 하다.

땀이 잘 나지를 않는 체질이라 피부가 곱지 않았는데 땀을 많이 흘려 노폐물이 빠져나오면 늦게나마 피부가 고와질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가져보면 조금은 참을만하다.

 

tv에서는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연일 떠들어 댄다.

전력 비상은 부정한 탐관오리들의 일차적인 책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정부의 관리감독도 문제고 원자력발전에만 치우친 정책도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정부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온 국민이 동참하기를 호소하고 절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맞춰 우리도 원가절감이란 타당한 이유가 맞물려 초절전에 들어갔지만 어르신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최소한의 에어컨 사용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르신들의 몸에는 너무 시원해도 더워도 해롭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야 한다.

더구나 2대의 에어컨으로 굽어진 여러 면적을 동시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지 몇 분의 어르신은 밤잠을 설치신다.

계량 어르신의 경우는 조금 더 심하다.

답답하다고 하시며 웃옷을 벗기도 하고 가끔은 러닝을 이빨로 물어 갈기갈기 찢기도 하신다.

답답해서 못살겠다고 하시며 방향 감각을 잃고 화장실과 거실을 배회하시며 밤을 새우는 날이 허다하다.

어제 낮에는 선풍기 바람으로 지낼만 했다.

삼층 건물의 1층이라 위쪽의 열은 받지를 않는다.

한창 더운 오후에는 남쪽의 거실문은 닫아 열풍을 차단한 상태에서 꼭 필요한 불 외에는 형광등 불을 꺼버리고 앉아있으면 견딜만하다.

저녁에는 잠시 에어컨을 가동해 습도를 제거했다.

습도만 제거해도 쾌적한 수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잡숫고 잘 주무시고 배설 잘하시면 어르신들의 여름 나기도 별 문제가 아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잘 주무시는데 계량 어르신만 밤새도록 화장실을 드나드시며 날밤을 꼬박 새웠다.

 

주방 선생님이 쉬는 날이라 아침 준비를 했다.

개인별 식사량과 잘 드시는 찬을 맞추고 색감과 모양도 예쁘고 정성을 들였다.

아침 식사 왔어요!

계량 어르신 침상으로 식판을 들고 가보니 맙소사!

옷은 말할 것도 없고 큰 시트까지 젖어있었다.

으흐흐흐~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르신!

"밤새도록 화장실 드나드시고 소변은 이곳에 해버리면 어떡해요. 너무 우스워요."

"그래 내가 생각해도 너무 우습다."

갑자기 정신이 맑아진 듯한 어르신의 맞장구가 더 재미있다.

옷을 갈아입히면서도 웃고 또 웃고 하루 종일 시시때때로 히죽히죽 나오는 웃음 때문에 내 눈꼬리에는 작은 주름이 잡히겠지?

예쁜 주름이..

'요양보호사의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활의 발견  (0) 2023.07.28
마음을 읽는 눈  (0) 2023.07.28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0) 2023.07.28
구속의 자유  (0) 2023.07.28
사회 부적격자?  (0) 202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