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어호호호~"
오늘은 남자 어르신 목욕하시는 날
일주일 중에 가장 긴장되는 날이다.
부축만으로 걸을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랴.
기골장대한 체격의 편마비 상태인 어르신, 편마비에 코 줄을 하신 어르신, 와상 상태의 어르신 등
목욕을 마치고 나면 겨울철 김장을 끝낸 후의 기분과 거의 같다.
그런데 오늘은 최신 목욕의자를 사용하는 날이라 기대가 크다.
간단한 조작과 설명을 들은 후 실행에 옮겼다.
숙달이 되지 않은 탓에 100% 편리함을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 계속 웃음이 난다.
좋은 점은
1. 침대에서 바로 이동을 할 수가 있다.
2. 비스듬히 누울 수가 있어 머리를 뒤로 감길 수가 있다.
3. 의자 한 복판에 둥글게 구멍이 있어 씻기 힘든 부분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4. 안전벨트가 있다.
아쉬운 부분은 키가 큰 환자가 하체 힘이 전혀 없을 때는 미끄러지는 경향이 있었다.
안전벨트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 할 일이다.
코 줄을 한 어르신이 목욕을 하실 때는 보통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손으로 코 줄을 뽑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걱정을 한 번에 확 날려버린 일이 벌어졌다.
의자 팔걸이에 어르신의 팔을 수건으로 살짝 묶어놓았다.
야호!
목과 의자 사이의 공간에는 수건을 받쳐 어르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머리를 감길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렇다.
거창한 구호는 필요치 않다.
우리 보호사들의 이런 사소한 배려가 어르신께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복자 쌤!
오늘 아이디어 너무 멋져, 하루 종일 일하지 않고 놀아도 괜찮아!"
너무 예뻐서 소나기 뽀뽀라도 해 주고 싶다.
고마운 의자 오래오래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녹슬지 않게 물기를 제거하고 햇볕에 말렸다.
햇빛 받은 스테인레스 의자가 반짝인다.
어르신의 얼굴도, 웃고 있는 복자 쌤 이빨도 반짝이고 내 마음도 반짝이는 날
생활의 발견
생채기 아문 자리 돋아 난 하얀 새 살
활갯짓 나는 걸음 땀방울 내(川) 흐른다
의지에 답하려는 수줍게 내 미는 손
발그레 고운 양볼 입맞춤 달콤하다
견딜 수 있는 용기 말하리 사랑이라
201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