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흔히 말한다.
꽃의 종류에는 악의 꽃도 있긴 하지만 여기서 민주주의의 꽃이란 아주 좋은 선거 제도를 말할 것이다.
2024년 4월 10 일 국회의원 총 선거일이다.
예전 같으면 꽤 관심을 갖고 뉴스거리를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뉴스를 잘 보지 않고 오히려 피한다. 나쁜 말 하지 않고 살려고 작심을 했는데 정치꾼들 보면 분노조절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에 수많은 선거를 경험했고 나름대로 내 손으로 대표를 뽑는다는 뿌듯함과 정의로움에 불타기도 했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갈아봐도 소용없다
구호도 단순, 명쾌 직설적이고 멋지다.
창과 방패를 든 맹장들과 절대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들의 모습은 절실하기도 하고 난장판이기도 했다. 그래도 개미처럼 일만 하던 국민에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판의 축제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테러, 부정선거도 가끔 있었지만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고무신, 설탕, 비누, 돈봉투 등이 마당에 던져져 있는 새벽의 풍경. 금품 살포는 위반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물품이 귀하던 시절에는 은근히 즐기는 면도 있었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자화상이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한마디로 야비한 망나니들의 어설픈 칼춤을 보는 것 같다.
차라리 어릿광대의 놀음이라면 웃기라도 하지.
아주 가까운 남편 후배가 신협 이사장 선거에 출마했다.
전문 금융인임을 앞세우며 기존 이사장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인격, 경력,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적합하기도 하고, 도움 요청에 나와 남편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집행부 임원들도 대부분 이사장 교체를 원하고 성당, 지역단체장 등의 응원을 받는 상태라 낙관적이라는 희망을 갖지만 현역 프리미엄은 늘 있기에 방심은 금물.
개인 명단 유출은 불법인데 현 이사장 쪽에서는 조합원 개별에게 계속 인사 문자, 도전자 입장에선 명단이 없으니 속수무책, 명단 유출 항의를 해도 불법은 계속.
본 회의 진행 중에도 현 이사장의 프리미엄은 컸다. 감사보고에서 지적당한 모든 부분을 직접 긴 시간 해명을 하다가 항의를 받고 양편의 고함소리도 살벌했다.
도전자의 연설 시간이 되자 모두 우르르 일어나서 줄을 서고 투표를 시작하려는 것처럼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소견 발표는 작은 마이크 소리와 함께 소란에 묻혀버렸다.
현 이사장이 소견 발표를 할 때는 다시 자리에 앉게 하고 소리 키운 마이크로 선심 공약 발표, 눈에 띄도록 불공정한 상황은 계속되었다.
4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결과는 현 이사장의 승리로 끝났다.
투표 후에 언니랑 바로 나왔고 승패 소식은 집에 온 후에 남편을 통해 들었다.
당선이 되었으면 여기저기 전했을 텐데 기분이 상해서 혼자 많은 생각에 잠겼다.
늦게 온 남편에게 자세한 소식을 들으니 더 우울해진다.
전략 미스, 너무 순진했다는 것이다.
상대는 현역 프리미엄 적극 활용과 도전자 공격 방해공작 등 촘촘히 짜인 야비한 전략.
축배의 잔을 드는 승자와 자책과 슬픔의 잔을 드는 패자.
"선거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무조건 이겨야 된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나"
혐오스럽게 들리던 모모 씨의 말이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이 말을 조금은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