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 신호음이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시간 차를 두고 다시 했지만 역시 대답이 없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분명한 성격이라 늦더라도 부재중 확인이 되면 답을 하는 친구다.
나름대로 건강에 문제가 있구나, 느낌이 왔다.
며칠 후 전화가 왔고 만나기로 약속했다.
뒤늦은 코로나 확진으로 부부가 함께 입원을 했다고 한다.
잦은 병원 출입으로 병문안의 부담을 주기 싫었을 것이다.
친구는 노후를 위한 전원주택을 지어서 팔공산 자락에 터전을 마련했다.
명당의 조건인 배산임수에 따른 주택지는 풍수지리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좋아 보였다.
바로 앞에 흐르는 작은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설계사인 사위와 딸의 첫 설계 작품이니 더 의미가 있는 집이었다.
공기 좋고, 자녀들 제 몫 다하니 걱정이 없는 노후, 부부가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두 대의 승용차로 각자의 생활에 지장 없이 대구 시내로 오는 걸음도 잦았다.
친구는 팔공산으로 가기 전까지는 테니스, 요즘은 파크골프에 빠져있었다.
연초에 보고 다시 보았는데 너무 여위어있었다.
키 163cm에 몸무게가 40kg 아래라고 한다.
예전에도 아픈 곳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합병증도 오고 더 나빠진 것 같다. 먹는 게 수월하지를 않고 입맛이 까다롭다는 친구 남편의 귀띔이다. 팔공산 쪽에도 오리고깃집이 여러 곳 있는데 모두 오리 냄새나는 것 같아서 싫다고 하면서 유난히 가창에 있는 '팔수 식당'의 오리고기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엔 싱싱한 봄의 미나리가 있어서 더 만족도가 높았다.
"오리고기가 몸에 좋다는데 생각나면 언제든지 오세요, 사드릴 테니." 행동 느린 남편이 슬쩍 나가서 미리 계산하고 와서 하는 소리다. 이런 모습을 보일 때 남편이 좋다.
활동적이던 사람이 아프다고 집에만 있어도 좋지 않으니 운동을 하되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부탁을 진심을 담아 전했다.
좋은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며 살아야 한다고.
*주위에 운동광을 보면 조금은 걱정이 된다.
오랜 연습과 열정이 넘쳐 잘하는 건 맞는데 자신감과 만족감에 너무 무리를 하는 것 같다.
나이가 있는데 몸에 밴 습관을 버리기는 쉬운 게 아닌가 보다.*
생오리 차돌구이/양푼이에 수북하게 나옴
미나리는 추가 선택
사진 찍는 게 익숙하지를 않아 비슷한 이미지 살짝 도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