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설날/난향

눈님* 2024. 2. 11. 19:00

올해도 난 꽃이 어김없이 피었다.

지난봄, 포기 가르기를 했는데 한 곳에서만 꽃대가 올라왔다.

설명절에 때맞춰서 만개를 한 것이다.

난향은 꽃봉오리가 터질 때 가장 짙은 향기가 나고 차츰 옅어지는 것 같다.

작년에는 너무 일찍 피어서 아이들이 올 때는 꽃잎이 마르며 향기를 잃을 때였다.

베란다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자 바로 따뜻한 거실로 옮긴 탓에 순식간에 피어버렸다.

경험으로 올해는 설에 만개가 되도록 정성을 들였더니 보답으로 제때에 핀 것 같다.

은은한 향기를 어디에 비교하랴.

 

후각이 발달하면 미개인이라는 말이 있던데 글쎄, 후각에 민감한 편이다.

삼겹살을 먹을 때 꼭 함께 먹는 생마늘은 절대 먹지 않는다.

생마늘을 먹은 상대방이 내뿜는 냄새는 숨을 멈추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역겹다.

불고기도 맛있지만 가끔 상대방이 트림으로 내뿜는 냄새는 고약하다.

밀폐된 곳에서 진한 향수 냄새가 날 때도 기분이 좋지를 않다.

언제였던가?

누구였던가?

스치는 향기에 눈을 감았다.

무슨 향수지?  

샤넬 no.5

그때부터 나의 최애 향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야생 찔레꽃, 샤넬 no.5 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향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난향을 제일 앞에 두고 싶다.

 

이번 설 명절은 아주 간단히 보내자고 약속했다.

2주 연달아 두 번을 함께 했으니 딸 가족은 시댁 집안에 올인.

아들과 며느리는 부산 친정에 가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외식으로 생각해 둔 몇 곳이 영업을 하지 않는 관계로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다.

샐러드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갈비찜을 하는데 남편 왈 다이어트한다고 진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몇 점만 따로 들어주면 돼요.ㅎㅎ

갈비, 잡채, 묵, 샐러드, (떡국은 생략)

간단하지만 조금씩 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이라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즐길 줄 아는 좋은 생활습관을 가진 게 참 좋다. 

 

너무 짧은 시간이어서 난꽃 자랑을 잊어버렸다. 베란다에 핀 부겐베리아와 제라늄, 노란색이 뾰족이 나오는 개나리 재스민의 앙증스러움, 거실에 씩씩하게 자라나는 녹보수도 얘기하고 싶었다.

모든 식물과 꽃이 너희를 환영한다고.

난향 천리라는 말은 가끔 사용했는데 이 향을 간직할 수는 없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다 일 년에 한 번 피어서 지고 나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이 큰데......

움직임, 소리는 저장이 되는 시대다. 

인간이 원하는 건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 이루어진다.

이곳을 클릭하면 은은한 난의 향기에 온 가득 행복함이 전해질 그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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