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만남에서 갑자기 성사된 번개팅
학구적이지만 다양한 면에 관심과 취미를 가졌는데 캠핑은 가본 일이 없다는 며느리
시간만 나면 캠핑을 즐기는 사위
이참에 가족 캠핑 가는 게 어떠냐고 누군가 말했다.
재빠르게 개별 업무와 날짜를 확인하고 의견 일치.
첫 예정지로는 속초, 캠핑카 예약까지 가능한데 눈 올 확률이 높았다.
와하! 눈까지 온다니 멋지겠다.
기쁨은 잠시,
서울 대전 대구에서 각기 움직여야 되고 현지에서의 눈길 차량 이동은 위험하다.
가장 합리적인 곳이 대전 근교 대청호를 볼 수 있는 로하스 글램핑 캠핑장이다.
다행히 글램핑장 한 곳과 텐트를 칠 수 있는 한곳이 있어서 빛의 속도로 예약을 마쳤다.
느리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정적인 가족이었는데 활발한 사위와 며느리가 합쳐지지 에너지가 넘친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고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은 처음이다.
우리가 대전역에 도착하는 시간과 아들이 서울에서 대전역에 도착시간은 3분 차이밖에 나지를 않는다.
일이 잘 풀리려니 도착시간까지~~작은 일에도 큰 의미를 두는 버릇에 또 신이 났다.
마중 나온 며느리와 캠핑장으로 가니 일찍 도착한 사위와 딸이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
'글램핑캠핑장'을 검색하니 ' 고급스럽고 편리한 물건들을 갖추어 놓고 하는 야영'이라고 되어있어서 궁금했다.
텐트를 치는 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글캠'에 먼저 짐을 풀려고 갔는데 실망~
몽골의 게르와 비슷한 느낌의 각진 텐트
밖에는 불멍을 할 수 있는 쇠화로와 테이블
지퍼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식사나 담소를 할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이 놓인 전실,
내실에는 소파, TV, 소형 냉장고, 싱크대, 커피포트, 4인 식기구, 침대, 장난감 같은 화장실, 에어컨 겸 온풍기.
갖출 건 다 갖췄지만 너무 감각 없는 색과 인테리어는 전혀 고급스럽지 않다... 그래도 난방은 최고였으니 봐준다.
석양이 기웃기웃, 야영지에 친 텐터 앞에서 쇠화로에 장작불을 지폈다.
장작은 성냥개비 쌓기처럼 모양 갖춰 준비되어 있는 걸 보니 쌓기 놀이하던 추억에 싱긋.
화아~~~ 모두의 얼굴에 행복꽃, 웃음꽃, 불꽃이 활짝 피었다.
"이게 불멍이다!"
며느리의 즐거운 비명.
딸이 준비한 고기, 어묵, 군고구마, 새우낙지라면볶음의 순으로 나오는데 익숙하다.
사위의 능숙한 불 다루기와 즉석요리에 감탄하면서 모두 먹방에 진심이었다.
난로 위에 굽고 있는 고구마는 손녀가 은박으로 쌌다며 으스댄다. 고사리 손으로 쌌는 생각을 해서인지 더 부드럽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장작불의 온기가 마음까지 전해지고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편하게 내 얘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손녀는 텐트 속에서 혼자 태블릿 삼매경에 빠졌다.
오늘 밤 갤캠과 야영텐트에 누구랑 자는 게 좋을까?
잘 때마다 엄마 껌딱지 손녀 놀리는 재미가 있다.
배려심이 지나쳐 우왕좌왕 쉽사리 정하기가 쉽지를 않다.
이럴 땐 내가 나서는 게 제격이다.
"아들과 며느리는 체험을 위해서 텐트에 자고 나머지는 갤캠에서 자는 게 좋겠다."
손녀 다음에 키가 작지만 단호하게 결정해 버린다.ㅎ
갤캠으로 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멀리 별이 반짝인다.
**사실은 늦도록 놀고 싶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시간엄수, 불조심 때문에 오셨다. 캠핑 고수들은 조용히 힐링이 목적인데 초보들은 불멍에 빠져 늦게까지 놀아도 되는 줄 안다.
**이중 텐트의 단열효과도 뛰어나지만 바닥엔 전기장판, 슬리핑백도 영하 16도의 밖에서도 잘 수 있는 보온력을 갖췄다. 아들과 며느리의 첫 야영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야영에서 빠지지 않는 군것질거리, 따끈한 군고구마
부드럽고 달콤한 마시멜로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