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95

아파트 뒷길

꽃의 계절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다.같은 꽃이라도 어떤 곳에 피어있는지 느낌은 전혀 다르다.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바위 틈새 소담스럽게 핀 꽃을 좋아한다.산도 좋지만 강이나 바닷가처럼 물이 배경이 되면 더 좋다. 아파트 뒷길일방통행이고 장시간 주차하는 차들이 늘어서 있어서 다소 삭막한 느낌이지만 맞은편 HS고등학교 경계목인 편백의 사철 푸르름이 좋다. 밤이면 너무 조용해서 혼자 다니기는 무섭다. 어느 날 학교 입구의 도로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웃고 있는 경찰 이모티콘이 환히 보였다. 전봇대에 영상 설치를 한 모양이다.경찰의 세심한 배려에 고맙고 든든하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좋은 나라!' 속으로 읊조려본다.근래엔 인도에 새로운 포장을 해서 색깔도 예쁘고 밟는 느낌도 부드러워 뒷..

나의 이야기 2025.05.27

향기

후끈 달아오른 느낌의 날씨다.지열이 없으니 걷는데 무리는 없다.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자는 결심을 실천 중이다.게으름으로 오래 미루었던 통장을 압축 정리를 하고 새 통장으로 발급받았다. 깔끔하다. 머리 커트도 하자.외출 시에는 모자를 쓰면 편하니 미루던 커트였는데 실내에서 모자를 벗으면 웃기는 모습이 된다. 급하면 두건을 쓰기도 하고 스카프로 이상하게 보이는 두상을 감추기도 하는데 잦으면 두피와 머리카락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 쥐똥나무 미장원까지 걸어서 가자.집에서 미장원까지 걷기는 애매한 거리지만 은행이 중간에 있으니 이미 반쯤 왔다.걸을 때는 나만의 규칙이 있다.바른 자세로 걷기가 기본이다.좋은 기분으로 누구를 생각하거나 무얼 해 먹을까, 정리되지 않은 일이나 이런저런 생각은 자유다. 그러다 예..

나의 이야기 2025.05.22

사부작 사부작~~~

좋다.여유롭다.무엇엔가 쫓기던 시간들에서 탈출에 성공했다.고민의 시간이 필요했고 충분히 심사숙고한 결과다.백화등(백화마삭줄) 부모의 역할이 끝나고 사회의 일선에서 물러나면 시간이 여유롭고 가끔은 심심할 때도 있을 줄 알았다.심심할 때면 아무 생각 않고 그대로 멍 때리며 있어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실 하나. 소소한 일상을 남기고 싶었다.세월이 많이 지나 호호할머니가 되고 가끔은 무료할 때가 있을 것이다. 좋아하던 사람들과도 이별이 많을 테고 내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즐거움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또 있다.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이곳을 통해 엄마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나의 이야기 2025.05.21

어버이날/우리 돈 많잖아요

띵똥~~꽃배달입니다.감사합니다. 오늘은 어버이날고사리 손으로 가슴에 달아주던 카네이션이 무한 뿌듯할 수가 없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언제부턴가 가슴에 다는 게 부담스러워 컵에다 꽂아 두기에 익숙했다.시대가 바뀌면서 실용적인 걸 좋아하는 부모님들을 위한 카네이션 화분이 등장한다. 몇 년 전 꽃바구니를 받고 너무 좋아했더니 "아이고 우리 엄마, 너무 건조하게 사셨구나 자주 보내드려야겠다"라고 하던 아들의 선물이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너무 예쁘다."꽃보다 돈이 더 좋은데."분위기 깨는 남편"우리 돈 많잖아요." 오래 전 어느 새해 큰 형님이 아래 동서들에게 세배돈이라면서 10만 원이 든 봉투를 주셨다. 검소하고 알뜰한 성격의 형님으로서는 그러지 않아도 될 일에 큰 마음을 쓰신 거다.오히려 작은 돈이라며 목소..

나의 이야기 2025.05.11

예쁜이들

"장모님!""요즘은 우리 집 두 여인에게 작은 예쁜이, 큰 예쁜이, 이렇게 불러요.""오~좋다.""그럼 큰 예쁜이는 너를 어떻게 불러?"" '멋진 남'이라고 부르려는데 '미남이'라고 불러달라고 했어요.""맞아, '미남이' 더 어울려."(다이어트가 필요) "아들은 며느리에게 예쁜아 부르고, 넌 아내와 딸에게 작은 예쁜이, 큰 예쁜이 부르는데 나는 뭐야.""여자 4명 중에 나만 예쁜이 소리 들어보지 못했잖아.""학력은 딸리고 나이가 많긴 해도 다른 일 잘하는 것도 많은데...... ""그럼 작은 예쁜이, 중간 예쁜이, 큰 예쁜이라고 불러드릴까요?""남편에게 들어야지.""엄마, 아빠 흠칫했어요.ㅎ"웃고 있던 딸이 끼어든다. 부끄러워서 여보라는 호칭도 불러보지 못하고 '보이소'라고 부르는데 손녀가 어릴 때 할아..

나의 이야기 2025.05.09

낯선 길을 헤매는 즐거움

'낯선 길을 헤매는 즐거움'14년 전 행시로 썼는 제목이 생각난다.늦었지만 실천에 옮겨보자. 어느 티벗 님의 포스팅으로 알게 된 능수도화가 늘어진 도진리 무릉도원어릴 때 고향에서 보고 자란 늘어진 수양버들의 기억 때문인지 꽃도 휘휘 늘어진 능수벚꽃, 능수매화가 더 멋져 보였다.도화꽃이 아름다운데 늘어진 멋진 자태를 보는 순간 여기는 꼭 가봐야 해, 결심은 섰다.검색을 해보았다.누구랑 갈까? 무엇을 하든 결이 맞는 사람이 있다.여행이나 공연 관람, 전시, 게임, 드라이브, 산책, 맛난 음식, 음주, 봉사, 일 등등동반자와 결이 맞으면 기쁨은 배가 된다.여행은 아들과 셋째 언니가 결이 맞다. 구경할 곳 상세히 보고 감탄하고 사진 찍으며 여유를 즐긴다. 이왕 왔으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주의다.대충대충..

나의 이야기 2025.04.28

신천

주꾸미를 먹을까요?만두와 팥찐빵을 먹을까요?수성못은 좌측, 가창은 직진이다.갈림길에서 망설였다.직진하자! 돌다리를 건너려는데 다리 복판에 대형 골든 레트리버가 뚫어지게 물을 응시하고 있다. 연세 지긋한 아저씨와 함께.왜 저러고 섰지?가까이 가서 보니 물고기 삼매경에 빠져있다.팔뚝만 한 물고기들과 아주 어린 송사리들의 유영이 신기했던 모양이다.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물고기보다 골든 레트리버에 빠져 있는데 다리를 벌써 건넌 남편은 지루한 눈치다.이럴 땐 후다닥 달려가는 게 습관이고 불만이고 좋은 관계 유지법이다.신천은 물이 맑으니 물고기들이 많고 날아드는 새들의 수도 많아졌다. 상동교에서 가창교까지 걸으면 백로는 2마리 정도가 날아다니는 걸 보았는데 이젠 곳곳에 보인다. 오늘은 왜가리도 보았다...

나의 이야기 2025.04.27

화원유원지 1/사문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랫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즐겨 부르던 노래의 나의 금모래는 이곳 사문진 나루터에서 반짝이던 모래다.아득히 오래전 결혼 후 처음, 남편 고향인 고령군 다산면으로 갈 때 눈앞에 펼쳐진 강, 모래, 갈대숲......산소를 갈 때는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갈 수 있었다.자가용이 보금 되고부터는 바지선에 승용차도 함께 싣고 배를 건너던 시절, 지금 손녀에게 나룻배로 강을 건넜다는 얘기를 하면 내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들을 때와 같은 느낌일 것 같다. 사문진교가 설치된 후부터 나루터는 한낮의 꿈처럼 잊고 살았다. 사람 사는 곳, 자고 나면 변하기를 수십 년 경험하다 보니 무뎌진 탓인가.나이가 들면 옛것이 그리워지는 법, 어느 티벗 님..

나의 이야기 2025.04.21

선돌곶/해파랑길 12 코스

집순이 봄바람났다.자의 반 타의 반, 집순이가 되더니자의 반 타의 반, 봄 바람나버렸다. 오늘은 경주를 거쳐 바닷가로 목적지를 정했다.순전히 남편 의사대로다."매일 보는 산, 바다라도 봐야지."나머지 사람은 말없이 순종~~ 대구에서 가장 부담 없이 가는 곳이 경주고, 거쳐서 갈림길에서 감포나 울산 쪽으로 방향을 정하면 된다.경주에 볼 곳은 많지만 보문호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가의 수양 벚꽃길이 좋았다. 지금은 도로가 넓혀지면서 매몰되었지만 고목에서 늘어진 가지가 바람결에 흔들리는 아름다움은 '머무르고 싶은 순간'이다. 조금 불편해도 가치가 있는 옛 것은 보존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보문호 주위를 '드라이브 스루'로 찰칵찰칵~~ 놀이 공원을 지날 땐 아쉬움만 가득~ 해파랑길 12코스의 일부 구간 바위..

나의 이야기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