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눈살 찌푸릴 일도 수없이 일어나지만 우리나라가 너무 좋다.
좋은 제도도 많은데 의료보험 제도나 노인복지(특히 치매) 제도는 특히 내가 만족하는 제도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버스, 전철 환승제도 너무 잘 되어있다.
아파트 셔틀버스가 중요한 곳은 대부분 운행되기 때문에 다른 차량을 잘 이용하지는 않는다.
요즘 가끔 전철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깨끗하고 시원하고 빨라서 역시 만족스럽다.
차량마다 경로석 임산부석이 마련되어 약자 배려에도 정성을 들였다.
언니 병원 면회시간이 18시~20시라 퇴근 시간에 전철을 타게 되었다.
복잡하다.
책 1권, 방울토마토 1팩, 김치, 멸치볶음, 필기구 등 4kg 전후의 무게는 될 것 같은 종이가방이 거친다.
5개의 좌석에는 젊은 남녀가 앉아서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다.
모두들 무표정이거나 꽉 다문 입꼬리가 처져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미소를 띠거나 다정해 보이는 얼굴은 찾아볼 수 없고 지친 모습이다.
모두 피곤한 삶을 사는 것 같아 짠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먼저 타서 자리를 잡으려고 서두르지 않는다.
빈자리가 있으면 앉고 아니면 다리운동하는 요량으로 서서 가는 걸 꺼려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일상생활에서 운동의 효과를 찾는 편이다.
계단이 있으면 엘리베이터보다 걸어 오르기를 좋아한다.
버스의 경로석에 앉아있을 때도 '사랑합니다' 멘트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한다.
대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75세 이상 어르신은 버스도 무료인데 카드를 대면 '사랑합니다'란 인사가 나오면 나이 가늠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시행 첫해(2023년)는 75세 다음 해는 74세~~~ 대신 전철은 65세부터 다음 해는 66세로 올리고 다음 해는 67세~~~
5년 후에는 전철 버스 70세로 통일
휴대폰을 보는 젊은이들 중 누군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면 다리운동하는 중이니 괜찮다고 해야지.
종이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근력운동이 되니 괜찮다고 해야지.
아직 스스로 지탱할 힘이 있으니 젊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잠~잠~~~~~
몇 코스를 지나자 내 앞에 앉았던 한 명이 일어서니 옆에 서서 휴대폰을 보고 있던 아가씨가 재빠르게 앉아버린다.
순간 욱해진다.
손에 쥐고 있던 종이가방의 무게가 느껴진다.
봉에 매달린 손잡이를 힘주어 꽉 잡았다.
내가 너무 젊어 보였나?
전철 12코스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스스로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해보지만 여러 사회현상들이 연관되어 떠오른다.
학부형이 선생님을 감시, 초등학생이 교감선생님의 뺨을 때리고 욕설과 침을 뱉는 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더불어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할 텐데 경쟁심과 이기심만 키운 교육현장은 교육의 방향을 잃어버렸다.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고 심지어 죽이는 패륜까지 일어나고 있는 현실......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다양하고 흉악하게 급변하고 있다.
미풍양속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낯설고 괘씸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조금 우울했던 기분은 활짝 웃는 언니를 보며 말끔히 사라졌다.
다인 병실에서 큰소리로 얘기를 할 수 없어서 별관 옥상 공원으로 갔다.
언니가 발견한 곳이라는데 아무도 없다.
수술 후 일주일 지났는데 언니의 상태는 아주 좋아졌고 기분도 너무 좋은 것 같다.
모두 누워만 있고 무표정인데 언니는 혼자 나들이도 하고 잘 웃는다.
괜찮습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생살을 찢었는데 아프지 않을 수가 있나요. 라며 우문현답으로 여유도 부린다.
시간만 지나면 마음껏 새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참을만하다고.
"우리 언니 진짜 예쁘고 잘한다." 칭찬으로 응원을 했다.
"언니야, 누가 보면 로또 당첨된 줄 알겠다. "라고 했더니 또 웃는다.
지금 이 모습도 남기자. 활짝 웃어!
찰칵!!
구름 낀 하늘에 옅은 무지개가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