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친구

눈님* 2024. 6. 14. 11:41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만나자 친구야.

 

날씨가 변덕이다.

하루의 기온 차이도, 일별의 기온 차이도 크다. 거기에 지역 따라 날씨도 다르다.

여자들은 날씨에 따라 옷과 신발도 다르니 불편한 점이 많다.

일상이 다른 친구들이 겨우 맞춘 날짜에 가끔 비가 온다고 날짜를 바꿀 수도 없고 장소를 바꾸는 쪽으로 정했다.

과천 대공원의 현대 미술관 관람과 장미와 수국이 아름다울 계절이라 그곳으로 정했는데 여의도 현대백화점으로 바꾸었다.

비 오는 날 야외에서 걷는 낭만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나의 편리를 위해 여의도로 정하긴 했어도 다른 친구들의 교통편은 불편했고 편도 두 시간이나 걸리는 친구도 있었다.

좋은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는데 그런 건 이유가 되질 않는지 모두 환한 얼굴이다.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 중간에 위치한 백화점을 찾는데 조금 헤맸다.

더 현대는 우리가 아는 백화점이 아니다.

새로 떠오른 젊은이들의 핫한 곳이라는데 실내 구조나 각 부스 배열부터 남다르다.

물건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휴식 공간이란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 연령대는 눈에 띄지를 않으니 장소 선택을 잘못했나 후회하는 주선자, 종숙이

아니야, 잘 왔어.

혼자서는 오기 어려웠을 텐데 머릿수로 합치면 주눅 들지도 않고 용감할 나이잖아.

이참에 이런 곳 구경도 해보는 거지 뭐.

 

외식물가 고공행진에 서민들 집밥 먹기가 무색할 정도로 먹거리와 사람이 넘치는 이곳이다.

가격도 만만찮다.

음식점에 수십 명씩 대기표를 기다려야 하는 풍경은 어려운 가정경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지하와 3층을 오가며 조용한 곳을 찾다가 시간만 낭비했다.

어느 곳에 빈자리가 있길래 후다닥 가서 앉았더니 종업원이 '밖에서 웨이팅 하세요!' 소리를 지른다.

설마 우리 보고 하는 소리?

아쉬운 듯 일어서서 나오면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이러고도 부끄럽지 않은 건 나이 덕이라며 시시덕거리는 것도 별로 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좋다.

대기인원 80명을 기다려 겨우 돈가스, 메밀 정식을 먹을 수 있었다.

 

도망치듯 밖으로 나오니 비는 그치고 공기가 신선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여의도 공원을 찾다가 피곤하다며 커피숖에서 시간을 보냈다.

향숙이는 졸업 앨범에서 찾은 사진을 가져왔는데 우리는 다시 여고시절로 돌아갔다.

얼굴을 보면 분명 할머니가 맞는데 재잘재잘 교복 입은 순수 시절로 돌아간 모습들이 참 곱다.

남편과 가족을 돌봐야 하는 종숙이와  향숙이는 먼저 가고 사위가 데리려 올 동안 옥순이와 옥수가 함께 기다렸다.

참 선하고 좋은 내 친구들~

 

생각해 둔 몇 가지를 실천했다.

올 때마다 대접만 받았는데 이번에는 기어코 밥을 사려고 미리 카드를 향숙이에게 맡기고 간곡하게 설득했다.

옥순이는 맛있는 것,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써주어서 늘 고마웠다. 딸과 함께 분위기 좋은 곳에서 최고로 맛있는 것 먹으라며 편지와 소액을 전달.

옥순이는 또 작은 카드를 살짝 쥐여준다.

집에 와서 보니 짧은 글과 현금을 넣어두었다. 남편과 맛있는 것 먹으란다.

아직도 '우리 JS'이라 부르며 만나면 시도 때도 없이 안고 어화 둥둥거리는 못 말리는 단짝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내 삶은 조금 더 풍요롭다.

'우리의 삶을 사랑하며 살자'

다섯 명이 나지막하지만 힘차게 외친 구호다.

 

잊지 말자며 결의한 찐친

 

향숙이가 보낸 졸업앨범 편집위원들

 

마지막 가을 소풍/용연사

향숙이가 졸업앨범에서 찾은 사진이 계기가 되어

앨범을 찾아보니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다.

사진마다 메모와 좋은 시나 명언들을 함께 넣었고

마른 꽃, 낙엽도 첨부된 게 참 예스럽다.

이팔청춘 때는 시간이 무한정이었나?

마음먹고 컴에 저장하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수옥 옥수 향숙 종숙 옥순 혜선

윤자 윤철 명숙 미선 영자 

임순

오래 뒤에 이름 기억하지 못할까 봐ㅎㅎ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할 수 없는 나이 듦  (27) 2024.06.24
그럼에도 불구하고  (32) 2024.06.18
가족  (13) 2024.06.12
무기력한 날  (0) 2024.06.02
구룡포  (0) 202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