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철조망

눈님* 2023. 12. 11. 12:42

 

철 지난 이념전쟁 상처뿐인 남과 북

 

조국은 번영하나 가슴 찌른 철조망

 

망각의 강을 건너 맴을 도는 슬픔아


 

시내로 가려면 꼭 거치는 곳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한 미 육군 기지를 지나야 한다.
몇 년 전에는 기지 후문 도로변에 유사 시대 유물 거리라며 석물 등 조각품으로 장식하고 기지 담벼락 아래에 사철나무를 심는 작업을 했다. 가로수가 아니더라도 나무를 심을 땐 몇십 년~몇 백 년 이후까지 생각하고 심어야 하는데 다닥다닥 공간 없이 심겨 있었다. 참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담당 공무원들의 월급이 아깝다고 생각을 했다.
몇 년을 넘기지 못하고 나무를 모두 뽑아버리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저럴 걸 왜 심었을까?

어느 날 기지 정문 양쪽 담벼락이 붉은 벽돌로 바뀌었다.
예전엔 블록으로 쌓은 담이 오래되어 보기 흉했는데 붉은 벽돌로 새 단장하니 훨씬 깨끗해 보이고 도로까지 산뜻해 보여 좋다.
지날 때마다 교체된 길이가 늘어나는 걸 보니 전체 담장을 다 교체하는 것 같았다. 저러면 군부대 이전은 더 멀어지는 것 아닐까?
저 공사를 하기 위해서 수 백 그루의 나무를 뽑았구나, 몇 년 앞도 내다보지 않고 주먹구구식의 행정에서 오는 낭비가 얼마나 심할까, 또 한심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벽돌 담장 위에 세 줄의 철조망이 쳐져 있다. 뭐야!
욱 치밀어 오른다.

어릴 적에는 철조망을 자주 보았다.
부산 하야리아 부대의 긴 담벼락, 어디나 출입금지된 곳은 으례 뾰쪽 찔리면 다칠 것 같은 두려움의 철조망이 흔했다.
가정집 담벼락에는 깨진 사기나 유리 조각을 박아서 몰래 하는 월장을 막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 경제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뿌듯함은 대한민국의 자랑이고 자부심도 높아졌다.
풍요로움은 자잘한 남의 물건 탐하는 걸 줄어들게 했고 마음도 여유가 생기니 담벼락 없애기 운동도 일어났다.
남북화해 분위기에서 해안선이나 일부의 철조망까지 걷는 깜짝 이변도 일어났다.
두려움과 믿지 못함의 부정적 상징이던 철조망은 일반인들에게는 잊혀가고 있었다.

우리의 최고 우방국이라고 자랑하는 미국의 한국 주둔 부대에 철조망이 웬 말인가?
높이도 2.5m는 족히 되는 담벼락 위에.
요즘처럼 전자경비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데.
24시간 대로변에 차들이 다니고 있는데
시각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짓 은 너무 원시적이다.
은연중에 우리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놈들 일어난다
소련 놈들 속지 마라
미국 놈들 믿지 마라
중국 놈들 되돌아온다

어릴 때 뛰놀며 부르던 가사들이 새삼 떠오른다.
세계가 한반도가 사람들이 모두 화가 많이 나있다.
이럴 때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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