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만화에 빠지다

눈님* 2023. 12. 4. 21:14

초등(국민학교) 학생 시절은 거의 60여 년 전 일이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도 유달리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학교 대표로 KBS 라디오 방송국 어린이 노래자랑 경연 대회에 나갔을 때이다. 
지정곡은 '어머니 은혜'였고 자유곡은 '섬집 아기'다.

두 곡은 지금도 동요의 명곡이고 자주 흥얼거리지만 노래보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엄마가 사주신

레이스가 달린 예쁜 원피스를 입었던 일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방과 후 남아서 공부를 할 때 옥수수빵을 먹은 것도 좋은 기억이다.
열성적인 담임 선생님 덕에 우리 반은 늘 1등이었다.
과외를  금지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교실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까만 천으로 가렸는 것 같다.
문제를 먼저 푸는 학생에게 옥수수 찐빵을 주셨는데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옳은 교육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만화도 엄청 많이 보았다.
고무줄놀이나 보물 찾기, 땅따먹기, 공기놀이 등 많은 놀이가 있었지만 5~6학년이 되어서는 만화에 빠졌다.
신기한 게 다른 부모님들은 만화를 보면 혼내주는 일이 대부분인데 우리 아버지는 그러지 않으셨다.
'만화를 많이 보면 이해력이 빨라진다' 
'시험을 치른 다음에'란 단서를 달기는 하셨지만 눈치 보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은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시험은 한 달에 여러 번씩 보니까 그때마다 많은 만화를 보았다.
가정에 일정 시간 전기를 공급하던 시절이니 전기가 끊어지면 동네 가게 앞에서 보았다.
이범기 화백을 통해서 역사 만화를 많이 보았고 옛날의 인물들을 사실에 가깝게 그렸다.
순정만화는 조원기 화백이 그린 만화를 많이 보았다. 코 모양이 뾰쪽하고 반짝이는 맑고 큰 눈, 둥근 입술 등 이목구비가 비정 상적으로 예쁘게 그려졌고 주인공 얼굴도 동글동글 너무 사랑스러웠다. 
공주나 소녀들의 드레스 의상이 너무도 예뻐서 언젠가는 입어봐야지 꿈도 가졌다.
결혼 후 프릴이 달린 예쁜 홈드레스를 즐겨 입었으니 어릴 적 꿈을 이룬 셈이다. 
만화를 즐기게 된 동기가 있었다.
아버지가 늘 보시는 신문에 '고바우 영감'이란 4컷의 시사만화를 보면서부터다.
어려서 무얼 그리 알았을까만 아버지와 고바우 영감의 사회를 보는 시각이 일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일에 비난 아닌 비판을 하는 의식은 이때 벌써 싹트지 않았나 싶다.

 

 

1981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라는 교육 만화가 나왔다.
만화는 저질이고 불순하다고 냉소적이던 시선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재미있게 세계사를 공부하는 데 일조를 하였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보았다.

이후로 교육자료에 만화를 이용하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었다.

 

 

이현세 만화가의 '공포의 외인 구단'은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청소년은 물론 청장년들에게 만화를 새로운 문화로 당당히 받아들이게 하였다. 

주인공 까치와 엄지의 이름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지금은 성인 만화가 sns의 인기란에 자리 잡고, 만화가도 셀럽으로 활동도 하고 우리와 친숙한 이들도 있다.

 

 

 

식객이란 만화를 보게 되었다.
이 나이에 새삼 음식에 관한 만화를, 시간이 아깝다는 마음에 접으려고 하다가 마음을 돌렸다.
사실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담기 등 할 줄도 모르고 내 손으로 한 게 몇 번 되지도 않는다.
언니들이 많은 탓에 늘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금은 아쉽고 고생이다.
늘 챙겨주신 큰언니가 돌아가시고 다른 언니들도 나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식객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소개되었고 지금도 허영만의 맛기행이 방송되고 있으니 유익하고 인기가 있기는 한 것 같다.

알고 보니 만화가 허영만 씨는 영화 타짜, 드라마 각시탈의 원작자이고 많은 웹툰을 영화와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분이다.
        아는 것이 힘이고 배워서 남 주나~~ 많이 들은 구호다.

 

 

허영만 화백이 전통요리나 지방 특유의 요리를 찾아다니며 만드는 과정과 맛의 비결 등을 소개하는 만화다.

27권으로 8년 동안 정성을 들인 작품
하나의 음식에 관한 주제를 두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만화 특유의 익살과 해학, 감동이 지루하지 않다. 
요리의 고수들과의 대화, 함께 한 사진기자의 애로점, 자신의 느낌등은 보충 설명을 하고 있다. 

18권을 읽었는데 모두 보고 적으려다가 갑자기 쓰고 싶은 마음에 긁적여본다.  

 

고바우 영감

수십 년 전에 게재된 4컷 중의 일부
요즘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 비상과 너무 겹쳐져서 살짝

 

 

짧은 단발머리 

만화 진열대

옛날 동네 만화방 사진이 정겨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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