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둘째 언니

눈님* 2023. 8. 19. 08:44

자랑 중에 하나가 언니 부자

세월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간다.

언니들의 모습과 행동도 하루하루가 변하는 것 같다.

오빠와 큰언니를 보냈을 때는 짧은 시간 와락 슬픔에 빠졌다.

늘 든든한 오빠와 큰언니였지만 자주 만나고 연락을 하지 않은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은 언니들 모두가 일선에서 물러나니 시간이 많다.

누구의 간섭도 받을 나이도 아니다.

서울, 대구, 부산, 떨어져 살아도 늘 함께 있는 느낌은 무제한 통화요금의 혜택이다.

참 좋은 세상~~

 

둘째 언니는 자매들 중에서 가장 순하고 마음이 여리다.

정 많고 리더십 강한 큰언니와 두 살 터울이지만 대꾸 한번 하지 않고 살았다.

이런 언니가 딱해서 '큰언니 돌아가시면 둘째 언니 뜻에 무조건 따를게' 위로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시인이 되고 싶다며 소월의 시를 낭송하며 다녔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상록수 잎에서 떨어지는 눈을 맞으며 나를 업고 산모퉁이를 돌아가면서 낭송하던 그날을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나도 소월시를 많이 외우게 되었다.

 

80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지금도 참 고운 말, 예쁜 말을 사용한다.

시인이 되지를 못했지만 되었다면 아름다운 시어들이 반짝이는 고운 시를 썼을 것이다.

동생들이 전화를 하면 꼭 'oo 씨' 반갑게 이름을 불러준다.

처음으로 돌아가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렸을 때도 자신의 일이 아니고

예쁜 동생들을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했다니 나이는 많지만 너무 귀여운 할머니다.

90살인 어머니도 귀여운 할머니였으니 닮았나 보다.

 

작년에 만났을 때는 걸음이 무척 빨랐는데 올해는 느리기도 하지만 뭔가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얼마나 살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러면 나는 바로 대꾸를 해버린다.

"내 허락 없이는 죽으면 안 돼!"

"그래"

어허허~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맑은 정신일 때 동생들 생일을 한 번씩 꼭 챙겨주고 싶다고 한다.

큰언니가 생일을 챙겨 준 게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큰언니를 볼 수는 없지만 생각하니 참 좋더라며......

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 이해할 것 같다.

올여름 너무 더워 멀리 이동하는 거 위험하니 가을에 시원하면 보자고 간곡히 부탁했다.

 

은행 계좌를 가르쳐 달라고 해도 가르쳐주지를 않으니 셋째 언니에게로 돈을 보냈다.

셋째 언니는 주고받는 정으로 생각하면 되니 괜찮다고 한다.

그렇지만 노인으로서는 거금이다.

어떻게 해야 언니가 기뻐할까?

언니는 함께 하지 못하지만 진짜 생일 날짜에 파티를 열기로.

 

남편, 셋째 언니, 조카와 장어 전문점 '미남'에서~ 

          장어 잘 굽는 남자가 미남

          장어 잘 먹는 여자가 미녀

구호가 재미있다.

진짜로 서빙하는 알바들은 하나같이 아이돌 닮은 미남들이다.

장어 잘 먹는 여자가 미녀라니 언니와 나는 미녀 할머니가 되고 싶어서 실컷 먹었다.

 

 

둘째 언니는 옛날 사람

미소나 살짝 웃는 모습이 미덕~

크게 웃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이렇게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 흔하지 않다

웃는 모습이 좋다

늘 이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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