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들의 위로 선물

눈님* 2022. 10. 26. 17:07

아들은 엄마가 딸을 얼마나 예뻐하는지 잘 안다.

5~6세 정도였을 때였나?

딸에게 스킨십의 강도가 너무 센 애정을 쏟다가 옆에 있는 아들에게 미안해서 동생은 여자니까 이런 표현을 해.

너는 남자니까 의젓하라고~

다소 어색한 해명에도 전혀 서운한 기색 없이 "우리 나리 정말 귀여워요."

동생이 MBC 어린이 합창단에 선발되었을 때도 너무 좋아했다.

그날 일기에

나는 동생을 업어주고, 안아주고, 볼에 뽀뽀도 해주고, 말 태워주고, 맛있는 것도 먹여주었다.

이렇게 다정다감하고 착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딸에 대한 애정이 기운 듯한 것 같다.

그래도 샘내지 않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동생 손을 꼭 잡고 학교를 다녔다.

 

아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에 안부 전화가 온다.

거의 아빠 폰으로 오는데 남편은 자랑거리고 즐거움이고 하루의 마무리를 훈훈하게 한다.

오늘도 부자간 통화를 하는데 스피크 폰으로 끼어들었다.

서울에서 딸과 처음으로 말폭탄이 있었던 일을 고자질했다.

"우리 엄마 속상해서 어떡해요. 내일 책 선물로 보낼게요." 웃어주는 아들이 고맙다.

낮에, 말대꾸의 문제가 됐던 유리 세정제를 샀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도 꽁해서 '고자질'로 사고를 쳐버렸다.

 

나이를 먹으면 꽤 괜찮은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를 않으니 어쩌나.

오히려 더 좀스러운 짓을 하고......

후회는 되지만 지금 어쩌랴.

한편 생각하니 가끔은 엉뚱한 일이 일어나서 가족 간에 더 대화를 하고 위로하며 해결해 나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물이 너무 잔잔해서 흐르는지 고여서 썩는지도 모르는 것보다 가끔은 급류나 폭포를 만나는 것도 역동적이고 멋있을 때가 있지 않는가.

 

택배다.

바로 포장을 열고 반겼다.

알라딘 포장박스가 예뻐서 한번 웃고

책을 보니 내용은 모르지만 고마움에 또 웃는다.

이참에 딸바라기에서 아들바라기로 바꿔볼까?

이 글을 딸이 보고

만세!

드디어 자유다!

이러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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