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둘째 언니 전화다.
작년에 돌아가신 형부를 아직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얼마나 애틋했으면 저렇게도 못 잊어할까?
난 저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
다정도 병이라더니 꼭 언니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위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냥 하는 얘기 들어주는 것이다.
아파트 계단을 3번을 오르고 밖으로 나가 의자에 앉아 한참을 들어줘도 끝이 없다.
이곳에 20년을 넘게 살면서도 아파트 내 산책을 한 일이 없다.
소나무로 조성된 곳만 오고 갔을 뿐이다.
조금만 나가면 공원과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책하는 사람이 없어 휴대폰을 스피크 폰으로 바꾸고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가끔 언니 말에 공감해 주기만 하면 된다.
눈높이보다 조금 높은 담장 너머에는 1층 거주자들의 전용 정원이 있다.
높은 층에서 아래로 보이는 정원에 늘 관심이 있었다.
하얀 빨래, 소쿠리에 말리는 고추, 갖가지 나무와 화분들이 그림 같았다.
빨갛게 익은 백년초!
오래전에 흔했던 손바닥선인장에 열매가 맺힌 것이다.
감도 주렁주렁~
대봉감이다.
찰칵찰칵!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화초나 나무들이지만 정원에서 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낮은 층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다.
1층이면 화단에 좋아하는 과실수나 식물을 마음껏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곰곰 생각하니 1층에 개인 정원이 있는 아파트 단지가 귀한 것 같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아파트 200만 호 공급으로 물량이 넉넉할 때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구매자의 호응을 얻기 위한 좋은 자재와 조경, 1층 기피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 1층 전용 정원을 만들었다.
요즘 아파트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는 풍경이다.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추나무 아래에는 떨어진 대추가 많았다.
신기해서 한 움큼만 주웠다.
말려서 관상용으로 활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
담장 너머 어떤 정원에는 강아지도 있는 듯하다.
아파트에 오래 살았지만 새로운 경험이다.
오늘은 3동만 산책을 했는데 다음에는 전 동을 다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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