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건강 검진

눈님* 2020. 11. 8. 02:00

코로나 19와 더위 핑계로 미루어왔던 건강 검진 예약일이 다가왔다.

하루 전 저녁 9시부터 금식을 하고 대변을 준비했다.

대변을 준비할 때마다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실시하는 대변검사가 있었는데 변비가 심했던 탓에 준비를 하지 못했다.

선생님께 꾸중 듣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아무리 애를 써도 변은 나오지를 않고 무서운 선생님 얼굴은 떠오르고 시간은 자꾸 가서 울음을 터뜨렸더니 엄마가 대신 변을 준비해 주셨다.  선생님은 속아주셨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즈음 엄마들의 교육으로는 기다려 주고 설득해서 어떡하던 변을 보게 하여 본인의 변을 가져가게 했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부모님의 사랑을 선의로 받아들이던 시절의 아이들이 대체로 선하고 자기 의사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고 양보심이 있는데 반해 요즈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똑똑하고 당당하고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말하는 것 같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나 교육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걸 느낀다.

 

10시 예약이라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남편이 함께 가겠다고 하니 든든하다.

3호선 전철을 타면 바로 건강보험 협회 앞에서 내리게 되어서 아주 편리하다.

용지에서 칠곡 경대병원까지 가는 노선인데 가끔 탈 때마다 대부분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60~70%가 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스럽다. 개인 생각이지만 노인 연령도 70세로 올렸으면 좋겠다.

차 안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용했다.

좌석 앞 발 놓는 곳에는 친절하게 한 칸 띄어 앉기 표시(비우기)가 되어 있고 맞은편과는 엇박으로 표시가 되어 있다.

벽에는 '마스크 쓰기' '말하지 않기' 스티커가 붙어 있고 새로운 사람이 타고 전철이 출발하면 지켜야 할 수칙을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철저히 하니 우리나라가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도 빛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

 

지금 이 시각 공단역에서 내리는 사람 대부분이 건강검진을 받으려 오는 것 같다.

보행 신호가 바뀌는 순간 빠른 걸음으로 차도를 건너고 건물 안으로 쑥쑥 들어간다. 순서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입구 안쪽에서 체온 검사가 제대로 되지를 않는다.

줄도 서지 않고 한 사람이 이마에 체온을 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우르르 들어가 버리고 제멋대로다.

만약 무증상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밀집 밀폐되어 있는 곳의 전파는 어떻게 감당할까.

건강과 관련된 곳에서 이렇게 철저하게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는데 다른 곳은 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행인 것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접수를 하고 문진표 작성을 하는데 너무 복잡하고 분량이 많다.

65세 이상이라 더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아서 그럴 것이라는 짐작은 가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예삿일이 아니다.

다행히 남편이 대신 작성을 해주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또 '욱' 하는 성질이 나올 뻔했다.

예약한 사람에 한해서라도 미리 작성해 오게끔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잘 되어 있는 우리나라 보험제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사치스러운 생각을 했다.

 

좋은 시설, 친절한 안내, 색깔 고운 예쁜 검사복 모두가 마음에 든다.

토요일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었지만 안내원들이 이쪽저쪽 대기 숫자에 맞추어 조정을 해가는 모습도 좋았다.

치과 검진에서는 연말 내로 스케일링을 받으라고 하셨고

청력 정상

키는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게 나오려고 허리 펴고 고개 들고 바른 자세로 신경을 쓰고

몸무게는 낮추려고 휴대폰 살짝 내려놓고

시력검사 좌우 0.7  0.3   2년 전에는 1,2  1.0이었는데 잠시 우울.

흉부검사는 식은 죽먹기 

대소변 피검사 간단

유방검사  젊었을 때는 너무 아파 눈물을 찔끔 흘렸는데 이제는 가슴에 탄력이 없어 견딜만하니 나이를 먹어서 좋은 게 있네.

위조형 촬영 검사 전 먹는 액체가 너무 역겨워 피하고 싶은 검사였지만 단단히 마음먹고 무사히 마쳤다.

자궁암 검사 빈궁마마라 필요 없다고 강하게 거부해서 면제받았다.

의사 선생님의 간단한 소견 듣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시장기가 확 돈다.

1층에서 세 시간 넘게 기다려준 남편이 멋있어 보인다.

내년에 남편이 검사받을 때에는 내가 함께 해주면 멋있는 아내로 보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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