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바라본 앞산은 가을 색으로 물들어 간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사람의 일생과 비교할 때 나와 비슷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서글프다.
산 아래 파크 골프장의 잔디는 황금색으로 물 들었고 좁은 필드는 사람 반 잔디 반으로 붐비고 있다.
앞산 순환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제각각 바쁘다.
가로수의 벚나무는 흰꽃보다 더 고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이용님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오늘은 이 노래를 부르지만 빠르게 가는 몇 주가 지나면 배호 님의 '마지막 잎새'를 부를 것이다.
시간이 아깝다.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실천하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자.
요즘 바짝 느끼는 감정이다.
난 집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집 예쁘게 꾸미고 화초 가꾸고 TV 시청, 컴퓨터 검색과 게임, 독서, 언니들이나 지인들께 전화하기, 블로그에 낙서하기, 가끔 좋은 사람 만나서 수다 떨기,...... 하루가 바쁘다.
자진해서 산책 길에 나섰다.
이럴 때 남편은 너무 좋아한다. 쉬운 일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갑자기 503호 생각에 흠~~)
집을 나설 때는 남편에게 함께 산책 가는 것이 무슨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도도하게 나서지만 아파트를 지나 큰 도로를 건너서 앞산 입구만 들어서면 마음은 달라진다. 나오기를 잘했다고. 말씨와 행동도 겸손해진다.
100세 시대라는 구호에 맞게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많고 몸으로 실천도 한다.
왼쪽으로 넓은 운동장엔 각종 경기를 할 수 있는 시설과 관중석을 갖추었고 한 편에는 기본적인 운동기구가 잘 비치되어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엔 대부분 아주머니들이 모여 군것질거리를 계속 먹으며 끝없이 수다를 즐기고 있다.
남편과 말다툼에서 남자들이 KO패를 당하는 것은 여자들의 평소 수다로 준비된 파이터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이다.
운동장엔 젊은 사람들의 함성과 율동이 에너지가 넘친다.
운동장과 산책로 사이 비스듬한 비탈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모래판과 동굴이 있고 자연학습을 위한 각종 채소와 꽃들로 동산을 이루었고 비스듬히 누울 수 있는 의자에 몸을 맡기면 넓고 파란 하늘에 그려진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산책로에는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많은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가을을 자연을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가끔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정말 자식을 대하는 눈빛으로 사랑이 가득하다.
조형미술 작품이 있는 공원에서 눈과 귀가 까맣고 몸의 군데군데가 까만 점이 귀여운 하얀 토끼를 만났는데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먹이 찾기에 열중인 게 신기해서 한 컷 찰칵!
개울 위 돌다리 건너 수덕사의 담벼락 아래와 언덕바지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와 구절초가 절경을 이루고 마당 한편에 모셔진 부처님 앞에 켜진 촛불은 누구의 염원인지 간절히 빌며 자신을 태우고 있다.
비교적 힘들지 않은 코스로 걷고 운동 기구에서 가벼운 몸풀기를 했다. 이곳은 한가해서 좋아하는 기구를 내 마음대로 골라하는 재미가 있다.
전국 어디를 가나 곳곳에 간단한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는데 다른 나라도 이처럼 시민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코로나 19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동경하던 나라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보고 나는 국뽕에 빠져버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성인용 그네가 눈에 크게 들어왔고 그네를 탔다.
밀어줄 생각 못하는 남편은 의자에 앉아 휴대폰 삼매경에 빠졌다.
몸을 풀은 뒤라 그런지 밀어주지 않아도 구르는 만큼 높이 날았다. 마음 같아서는 6~7십도 각의 회전도 할 것 같은데 아차 실수를 하면 십리도 더 멀리 날아가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 45도 정도 각에서 구르기를 멈추었다.
아직 살아있네~~ 대만족
해가 짧아 내려오는 길엔 어둠이 내리는데 여기저기 가로등에 반짝반짝 불이 켜지는 풍경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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