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올해는 윤달이 있어서 장마가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비도 오락가락 일기예보도 오락가락 기분도 오락가락.
거대한 대륙과 많은 인구가 부러웠는데 중국은 지금 물난리로 수천만 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소식과 가까운 일본도 수해가 엄청나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나라는 큰 비 피해가 현재는 없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팬데믹 상태에서 우리나라는 너무나 잘 견뎌내고 있다.
처음 발생했을 때는 대구의 신천지교를 중심으로 내 인생 처음 경험하는 보이지 않는 세균과의 전쟁으로 전국이 아수라장이었는데 방역수칙에 귀 기울이고 개인위생 외출 자제를 실천하며 뉴스를 종일 틀어 놓았던 기억이 어제 같은데 기적처럼 방역에 성공했다.
6.25의 처참한 광경을 기억하는 세계인들이 많다는데 코로나 19로 세계의 주목과 부러움을 사며 국내보다 외국에서 방역 성공한 코리아를 배워야 한다는 기사들을 볼 때면 돋보인 국격과 국민들의 뛰어난 시민의식에 얼마나 뿌듯했나.
사람 사는 세상
그곳에는 언제나 전쟁, 평화, 냉전의 공포,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해자와 피해자...... 등등 수많은 인격의 소유자들이 공존하며 살고 있다.
끝없이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는 세상에 어찌 인간이 완전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마다 제각각 기대치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살아온 삶은 보통 사람보다는 더 이타적이고 시민활동가로서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기에 존경과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기대를 했는데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충격은 눈물과 안타까움에서 미움과 원망으로 변하고 있다.
(사는 동안)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내 몫만큼 살았습니다 바람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젖은 채로 이별 없고 눈물 없는
그런 세상없겠지 마는 그래도 사랑하고
웃으며 살고 싶은 고지식한 내 인생
상도 벌도 주지 마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뿌린 만큼 살렵니다 가진 만큼 아는 만큼
배운 대로 들은 대로 가난 없고 그늘 없는
그런 세상없겠지 마는 그래도 사랑하고
웃으며 살고 싶은 고지식한 내 인생
'상도 벌도 주지 마오'
마지막 소절이 좋다.
남을 탓하고 싶을 때나 울적할 때 많이 위로가 되어 애창곡으로 즐겨 부르고 있다.
부동산은 어떤가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강남, 말죽거리의 잔혹사란 영화에서 신사동 그 사람, 눈물의 테헤란로, 청담동 스타일, 강남스타일로 더 힘차게 하늘 높은 줄 모르듯 치솟고 있다.
이젠 서울 전역과 경기도로 번지고 지역을 돌아다니며 돈벌레가 되어버린 투기꾼들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부동산 정책에 쐐기를 박아야 할지 선택의 귀로에 선 느낌이다.
이런저런 불편한 현실들이 뉴스를 외면하게 되고 습도 높은 흐린 날과 겹쳐 짜증 나는 오후다.
실내 습도라도 제거해 보면 조금 기분전환이 되려나?
"우리 에어컨 켜서 습도라도 제거할까요."
"그러자."
남편은 무얼 버리자는 말 외에는 거의 예스다.
작년에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쪽 베란다 문을 열지 않고 켰다가 작동이 멈춰 소란을 피운 경험이 있어서 올해는 베란다 문을 먼저 열고 작동을 시켰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돌아가던 세탁기 멈추는 소리가 띠링 났다.
살펴보니 에어컨도 멈추었고 공기청정기를 켜보니 불이 오지 않는다.
어떡해, 냉장고도 김치냉장고도 불이 나갔다.
천정의 등을 켜니 불이 켜졌는데 정전도 아니고 무엇이 잘못되었나?
휴즈가 나갔나? 냉장고를 어떡하냐?
왔다 갔다 동동거리다가 관리실로 급히 연락하니 기사분이 오셨다.
에어컨 전용선 이용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전선에 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 주셨다.
그런데 실외기에 덮어둔 비닐커버를 그냥 두고 작동을 시킨 게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도 공기를 마시지 못하면 숨이 막혀 죽는데 에어컨도 주인 잘못 만나서 죽을 뻔하다가 다시 살아났다.
퇴근 시간 직전 달려오셔서 도와주신 고마운 기사님 감사해요.
개인 휴대폰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어도 우리 집에는 일반전화도 그냥 두고 있다.
일반 전화로 통화하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다.
둘째 언니와 정우.
휴대폰 통신사가 다르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긴 통화를 하는 것보다 일반 전화가 요금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전 9시가 조금 넘어서 일반 전화벨이 울리니 잘못 걸려온 전화인 줄 알았다.
특별한 용건 없이 노닥거리는 전화는 오후에나 저녁에 이용하는데 아침부터 웬 전화?
"000 댁이지요. 가스 자동차단기 달아드리려 30분 후에 가겠습니다."
몇 달 전 아파트 알림판에 65세 이상 거주자에게 무상으로 가스차단기 달아주니 필요하면 신청하라는 글을 보고 신청한 것이 생각났다.
주방에 설치된 인덕션보다 보조주방의 가스렌즈가 더 익숙하고 냄새, 실내 공기도 생각해서 많이 사용한다.
젊은 기사가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서 깔끔하게 교체해 주었다.
빨간 색상, 사용하기에 알기 쉽고 단순한 디자인에 친절하게 음성까지 탑재한 재간둥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20분간 사용하면 자동적으로 잠금 상태로 돌아가고 20분을 전후로 시간을 가감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배터리는 1년에
한 번쯤 교체하시고 사용설명서는~~~
친절한 설명에 모든 게 고맙기만 하다.
"냄비를 몇 개나 태워먹었어요." 앞으로는 냄비 태울 걱정은 없겠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라 안팎이 어두운 소식들로 무의미한 시간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묵묵히 해결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을 만나고 보니 웃을 수 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동안 행복할 것 같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니 부자 (0) | 2020.10.18 |
---|---|
생일과 나의 딸의 딸의 이야기 (0) | 2020.08.25 |
내인생의 로또 (0) | 2020.07.05 |
소화신협 이사장 선출 지지 (0) | 2020.02.11 |
김치와 오리 한마리! (0) | 2019.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