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내 사랑 마리아
불꽃이 타는 내 가슴
어두운 공원에서 그대와 마주 앉아
한동안 말이 없이
빛나는 눈 속에 행복을 그리며
샛별 같은 참사랑을 서로가 그리면서
영원을 다짐하는 이 밤아
공원의 로맨스야
40여 년 전 즐겨 부르던 노랫말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샹송을 번안한 것으로 기억된다.
오래되어도 가사는 전혀 잊혀지지를 않고 가끔 흥얼거리면
젊음의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는 기쁨이 있다.
금요일 밤은 일주일 중에서 가장 편한 시간
주 5일제 근무로 예전의 토요일 기분이 나는 날이기도 하다.
TV도 별 재미있는 게 없으니 공연히 허전하고 심심하다.
밤 열 시가 조금 지났는데 갑자기 밤 산책이 하고 싶어 졌다.
아파트를 나가서 2동을 지나면 대로가 있고 대로를 바로 건너면 앞산공원의 입구가 있다.
주거지로서는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는 이곳이 좋다.
1Km의 맨발 산책로를 지나 물소리 나는 개울을 따라 오르면 공원이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부부들의 모습이 가끔 보인다.
개울 위의 돌다리를 건너면 수덕사라는 작은 절이 있고
절 한 편에는 촛불이 반짝이고 있다.
누군가 간절히 염원하는 촛불이 작은 바람에 흔들린다.
맞은편에는 벤치가 군데군데 놓여 있고 중간에는 조각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길가에는 시화를 전시하고 있는데 밤이라 작은 글씨를 읽을 수는 없다.
어스름한 가로등이 비치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무언가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로맨틱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결혼 전 날 밤 달성공원에서 가로등이 꺼지던 시간 첫 포옹하던 생각이 스쳤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자칫 삶 자체가 건조해져 가는 것 같다.
생각과는 다르게 대화는 결국 아이들, 이웃, 친구, 야구 이야기로 끝이 난다.
어쩔 수 없는 신세대가 아닌 쉰 세대임을 어쩌랴.
오는 길은 새 길을 만들어 놓은 곳으로 왔다.
양쪽 가로수로 메타스콰이어를 심어 놓았는데 크게 자라면 또 다른 멋진 길이 되겠다.
가끔 가는 고깃집에서 로맨틱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소주 한 병으로 늦은 중년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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