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푸른 피가 흐르는 사나이 양준혁 은퇴

눈님* 2010. 9. 19. 23:37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시작이 된 지가 29년이 되었다.

야구의 본 고장인 미국에 비하면 짧은 역사지만

유치원 다니던 아이들이 시집 장가를 갔으니 꽤 오래전이다. 

실력도 꾸준히 향상되어 삼성의 이만수가 9경기 연속 홈런 세계 기록도 탄생되었다.

초창기의 멤버들이 각기 지도자의 길을 걷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당시의 선수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야구에 관한 재미있고 남기고 싶은 얘기들이 많지만

오늘은 양준혁 선수의 은퇴식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야신!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 쳐도 3할은 친다.

야구계의 통산 최다 기록 보유자로 계산상으로는

웬만해서는 기록이 깨어지기 힘들겠다는 전망이다.

타율은 백인천 선수의 꿈의 4할 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분을 석권했으니 야구의 신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2010.09.18 삼성: SK 대구 구장

양준혁 은퇴식을 겸한 고별 경기

인터넷 예매 1시간 만에 독이 나 버렸다.

당일 현장에 4천여 장이 있다지만 하늘의 별 따기라 포기

집안일을 서둘러 마치고 TV 앞에 앉았다.

양준혁 선수가 홈런 한방이나 안타라도 하나 쳐 주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삼진으로 아웃되는 아쉬운 경기였다.

 

5회 말이 끝나자 각계각층의 축하 메시지와 꽃다발 선물은 끝이 없었고

경기장을 꽉 메운 관중들은 떠나는 그에게 한없이 따뜻한 애정을 표했다.

경기가 끝난 후 정식 은퇴식은 지금껏 보아온 어떤 감동보다도 더 진했다.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한 때는 만세타법이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자기만의 타법을 완성시켰고 타 구장으로 전전하는 아픔도 겪었지만

끝없는 그의 노력은 계속되어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인으로서 최고의 영광된 자리에 서게 되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아쉬움 속에 아름다운 은퇴식을 하게 된 그는 정말로 아름답고 행복한 야구인이다.

“나는 죽어라고 달리는데 사람들은 막 웃어요.”

경상도 사나이의 사투리에 사람들은 더 웃는다.

188 센티미터의 거구가 죽어라고 달리는 모습이 관중들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였지만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달렸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사랑한다.

 

어둠이 짙은 운동장

영구결번 10번을 단 의전용 오픈카에 10번 삼성 유니폼을 입고 등장

양준혁을 연호하는 관중들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상 이러한 광경은 없었다.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지만 그를 있게 해 준 지인들의 합동 퍼포먼스는 아주 멋있었다.

열명의 지인들이 야구방망이로 영구 결번 10을 의미하는 조형물을 만들었다.

신건웅이라는 팬이 헌정한 ‘위풍당당 양준혁’의 노래가 울려 퍼졌지만

그는 당당하지 못했다.

너무나 큰 사랑과 감동의 소용돌이에 행복이 넘쳐버렸다.

끝내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리고 관중도 나도 울고 말았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끝없이 타고 내렸다.

비 내리는 어두운 밤하늘에 폭죽이 불 밝히고 대형 전광판에는

그의 기록이 자랑스럽게 반짝인다.

걸어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일일이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표했다.

삼성 유니폼을 벗어 구단주에게 반납한다.

삼성의 푸른 유니폼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남자!

파란색의 속옷 윗저고리만 입고 사방을 돌며 큰 절을 하며 마지막을 고했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는 양준혁

그가 있어 많은 사람들은 행복했다.

앞으로 제2의 인생길이 시작될 것이다.

다시 또 최선을 다하며 멋지게 사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고별 경기에서 땅볼을 치고 1루를 향해 최선을 다해 뛰는 마지막 모습(사진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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