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별이 흐른다

눈님* 2010. 9. 13. 00:38

가을비가 그쳤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맴돌았더니 조금은 답답하다.

깨끗하게 정리되고 컴퓨터만 있으면 하루가 지루하지를 않는데

어수선한 집안이 마음의 편안함을 주지 못함일 것이다.

 

아파트지만 답답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옆집이 없고

그 자리가 옥상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마 일조권 때문에 공간으로 비워둔 것 같다. 

넓은 옥상을 자유로 이용할 수 있으니 정원이 하나 있는 셈이다.

밤에 나가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가벼운 운동도 한다.

고추, 무우말랭이 토란줄기를 말리고 곶감을 말리기도 했다.

미국 독립기념일 날은 미군부대에서 축제의 폭죽놀이를 구경하는 곳이기도 하다.

 

저녁을 먹고 옥상으로 나갔다.

하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그때 구름 사이로 반짝이는 파란 물체 하나가 나타났다.

움직인다.

아! 비행기다!

저기도 비행기네.

저기도~

갑자기 크고 작은 비행기가 나타나서 움직인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움직이는 것을 보니 시속이 같은 모양이다.

야간비행 연습을 하나?

반짝이는 비행기가 너무 예뻐 목을 젖혀 한참을 보며 세어보았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다.

“저것은 비행기가 아니고 별이야! 그리고 구름이 흘러가는 것이고 “

옆에 서 있는 남편의 말이다.

아니 움직이잖아요.

내 눈에는 구름은 제자리에 그냥 있고

별들이 흐르고 있었다.

눈도 마음도 별을 따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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