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누구세요?
13층입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가 5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웃과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지내지를 않는다.
예전에는 국민 대부분 1달에 한 번씩 반상회를 의무적으로 하게 되었지만 자율화가 된 후로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하지를 않는다.
육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천정에 물이 새는데 위의 층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죄송하기도 하지만 기가 막힌다.
전체도 아닌 일부이지만 어떻게 하나~
설비업체를 찾아 새는 곳을 찾았지만 오리무중
간단히 찾을 수 있다는 말은 헛말이고 온 방을 다 헤집고 팠다.
어수선한 집도 속상하고 아랫집에도 미안하여 내려가 보았더니 의외로 아주머니께서 위로를 해 주신다.
누구 잘못도 아니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신다.
두 집 모두 자다가 날벼락 맞았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함께 차를 마셨다.
배추전도 즉석에서 부쳐주시고 무지개 백설기도 쪄 주신다.
아저씨는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니 조금은 외로웠던 모양이다.
나 역시 다시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지 않겠다던 생각이 없어졌다.
늦게 서야 새는 곳을 발견하고 시멘트로 마무리를 했다.
급한 마음에 불을 넣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바른 곳이 갈라지니 자연적으로 마르도록 기다리라는 것이다.
문제는 아랫집 천장에 고인 물이다.
구멍을 내어 물을 흘러내렸지만 남은 물이 계속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집에서 만들었던 오미자 원액을 한 병들고 다시 찾았는데
세상에!
천정이 무너져 내려앉아버렸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진정하고 생각하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물방울이 시멘트천장에 맺혀있지만 며칠만 마르면 다시 공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 사는 게 어렵고 힘든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큰 걱정거리가 생겨 속상했지만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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