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뜨였다.
다시 잠을 청해도 말똥말똥, 더 맑아진다.
이런 일은 기억에 없다.
하루 7시간 수면은 지키는 편인데 3시간 정도밖에 자지를 못했다.
어제 SB 씨를 만나서 들은 충격적인 일 때문임을 안다.
차라리 일어나자,
바쁘다는 핑계로 한참 동안 책을 읽지 못했는데 잡념을 잊기 위해서는 독서에 빠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서대에 책을 얹고 자리를 잡았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지난주 언니와 만났을 때 책을 서로 교환했는데 그냥 두고 있었다.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첫 줄에서 맴을 돈다. 다음으로 눈길이 옮겨지지를 않는다.
매화꽃이 만발인데~~ 엉뚱한 생각만 난다.
SB 씨가 카톡으로 보내준 신문 기사를 돋보기를 착용하고 보았다.
서울대 합격 자식 앞세워 주식투자 편취.... 대구 수성구 엄마, 수억 대 사기행각, 징역형
어쩌다 이런 사기에 말려들었는지 답답하지만 답이 없다.
사람 믿는 건 좋지만 잘 분별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충고를 했는데도 어울려 다니더니 결국 속았고 일은 터져버렸다.
수억 원이란 큰돈이다.
어떤 말로도 원금을 회수하는 것 외에는 위로가 되지를 않는다는 걸 안다.
냉정하지만 현실적으로 포기하라는 말을 던져버렸다.
사기꾼으로 구속이 되어도 돈이 없으면 절대 받을 수 없을 테니 몸 상하지 말고 마음 비우는 게 현명하다고 했지만 어떻게 포기하냐며 원금 회수를 위한 이런저런 묘책이라고 말을 하는데 전혀 현실성이 없다.
화가 난다.
다음날 그 일에 대한 얘기에 버럭 고함을 질러버렸다. 남편 모르게 화장실에 숨어서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이왕이면 남편에게 나쁜 이미지를 주기 싫은 나의 사람에 대한 배려이자 욕심이다.
남편에게 사실대로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다. "정말 속상한다. 평생 내 주위에 어렵거나 힘든 사람들이 떨어질 때가 없다. 이젠 열정도 능력도 없는데 어려운 말을 들으면 그냥 성질이 난다."라고.
남편, "당신이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다. 화를 내지 말고 그냥 이야기만 들어줘라."
가끔 거짓에 대한 융통성이 모자람에 답답해하던 남편이었는데 그런 나를 이해해 주는 것까지 포함이 되는 것 같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설명할 수 없는 위안과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노후에는 말만 예쁘게 하면 돼요', 라던 평소의 생각에 화답을 받은 것 같다.
시간 없다며 거절했다가 다음날 다시 만난 SB 씨, 서로 말을 아끼다가 본론으로 들어가면 또 평행선이다.
심호흡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그러겠나', 요즘 내가 불의를 보거나 화가 날 때 자신을 수양하는 과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내 입에 자크 채웠다!"
"뭔 말이래?" SB 씨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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