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제목을 보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아마도 세월과 함께 무디어진 부부 사이의 얘기일 거라 짐작이 갔다.
일본, 사단법인 전국 유료 실버타운 협회의 주최로 열리는 공모전의 이름이 '실버 센류'다.
'센류'란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인데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다.
(풍자나 익살로 가벼운 느낌이 특색)
공모전에 출품된 걸작 중에 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3-4나 4-4 운율의 삼행시를 즐기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잠을 깨기 위해 tv를 켰는데 뉴스는 별로 보고 싶지를 않아 채널을 돌렸다.
'사랑의 가족'이란 프로에 무심히 멈췄다.
연륜인가? 사랑, 가족, 이런 단어가 요즘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너무 착하지만 팔랑귀의 남편과 속 타는 아내의 얘기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의족을 한 남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했지만 친구들과 주위의 도움으로 의족을 하게 되었고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의족을 제작 판매하는 직업을 가졌다. 어려운 의족 매수인에게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하니 속 타는 아내다.
필요 이상의 옷이나 물건을 구입해서 쌓아놓는 습관, 아내 말은 듣지 않고 남의 말에는 귀가 솔깃, 아내와 의논 않고 혼자서 사고 치는 남편 때문에 아내는 늘 화가 난다.
"물건이나 옷을 계속 사는 거는 나하고 같네." 남편의 자백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참기를 잘했다.
전문가의 솔루션을 받는데 공감이 갔다.
남편은 어릴 때 하고 싶었던 걸 못하고 참고 살았던 게 문제
아내는 이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니 남편은 숨기게 되는 일이 악순환.
방송의 순기능과 시청자의 정신건강을 생각하는 듯 결론은 훈훈하게~~
늦은 아침식사 후라 점심은 부추전과 음료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요즘은 우유를 먹으면 속이 좋지 않다는 남편을 위해 우유를 이용한 음식 개발 중이다.
부추와 청양고추, 간 마늘, 새우젓 알갱이로 간을 한 부추전, 냉동 망고와 우유에 사이다 조금 넣으면 맛있는 음료가 된다.
어색한 조합 같지만 매콤한 부추전에 부드러운 음료는 막걸리와는 또 다른 조합니다.
다듬고 준비하는 등 단순 노동 시간에는 가끔 유튜브를 듣는데 무작정 들어간 곳에서도 부부 얘기다.
정년퇴직을 앞둔 남편의 복잡한 생각과 고민, 육아와 가사에 얽매여 자기 생활이 없었다는 아내. 좁혀지지 않는 의견 다툼으로 이혼.
오피스텔로 옮긴 남편, 아침부터 출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공원이나 거리를 방황, 제대로 된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건강에 이상,
결국 요양원 생활.
아내는 자유롭게 국내외 여행으로 행복했지만 혼자 있으니 외롭고 우울함에 빠짐, 두 사람 모두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선뜻 나서지 못함.
아내도 우울증으로 요양원 입소를 했는데 그곳에서 이혼한 남편과 만남,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실버체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되었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다시 처음 만남의 설렘으로 돌아감.
"남녀가 만나서 40~50년 큰일 없이 사는 사람들 인내심이 대단하다.
중간에 1년쯤 떨어져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래야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나는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안다!"라는 남편 때문에 웃고 말았다.
오랜만에 남편의 산책길에 따라나섰다.
느닷없이 가겠다고 하려니 멋쩍어서 저녁 해결해 주면 따라가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여름 내내 무더위에 꼼짝하지 않았는데 대로변만 건너니 초록의 자연이, 스치는 풀 향이 좋다. 좋아하는 그네에는 젊은 연인이 앉아 있어서 통과하고 운동기구에서 운동을 하는데 신기하게 들어 올리는 힘이 좋아졌는 걸 느꼈다. 실버체조의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한 효과라고 믿고 싶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저녁은 집에서 먹기로 하고 왔는데 콧노래가 나온다.
오늘 tv와 유튜브에서 부부의 살아가는 얘기를 들으며 느낀 게 많은데 실천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따라나섰다고 했더니 좋아하는 눈치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란 짧은 시에 실버 부부들의 무미건조한 삶이 담겨있다.
부정맥이 오기 전에 더 성숙한 실버부부가 되도록 마음의 문을 더 열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