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 혼자서/1

눈님* 2024. 4. 19. 02:45

마음 놓고 늦잠을 잤다.

부담이 없다.

콘프라이스, 계란 프라이, 딸기로 아침

환기를 시키고 휴대폰, 컴, tv 만지작거리며 시간 보낸다.

혼자 집에 있게 되면 특별한 일을 할 것 같았는데 특별하지 않았다.

커피가 먹고 싶다.

조금 아껴두자.

특별한 무엇이 없을까?

늦은 점심은 등심을 굽고  막걸리 물김치 콩자반 오렌지를 준비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TV 특파원 25시를 보다가 껐다.

 

오랜만에 황영웅 노래를 유튜브로 들었다.

'인생아 고마웠다'

열창에 고개 끄덕여진다.

나도 그래. 

내가 아웃사이더인가?

질풍노도의 학창 시절, 불미스러웠던 행동으로 6억의 상금이 걸린 노래 경연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에서 하차했다. 

진심을 담은 그의 노래는 가슴 깊이 전달이 되었고 중저음은 내가 좋아하는 톤이다.

과거의 허물이 있지만 뉘우치고 열심히 살고 있는 지금의 그를 이해하고 기회를 주어서 사회에 선한 일을 하기를 원했다.   

조국의 사법 리스크로 많은 비난을 할 때 나 역시 실망해서 고개를 돌렸지만 다시 돌아온 그가 반가웠다. 

복잡하게 바뀐 대입 합격을 위해서 권력, 금력, 각자 능력이 있으면 가벼운 생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대입뿐만 아니고 사회 곳곳에 허술한 구멍이 존재하고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이용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불법, 탈법을 저지르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억울하고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 각계 지도층의 많은 사람들 도긴개긴 일 바엔 차라리 멸문지화를 당한 조국이 죗값 받고 우리 앞에 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왜 이렇게 흠결 있는 사람들을 쉽게 용서하고 이해하려고 할까?

이런 말을 하는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죄 없고 떳떳한 사람만 비난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웃사이드 생각을 하다가 빗나갔다.

 

황영웅의 노래 '영원한 내 사랑'이 흘러나왔다.

눈물이 흘렀다. 낮술을 먹은 탓인가?

처음 이 노래를 듣고도 하염없이 울었다.

남편에게 치매가 와도 요양원 보내지 않고 내 아이들 키울 때의 마음처럼 집에서 함께 하겠다고 고백했다.

좋은 말 수백 번 듣는 것보다 노래 한 곡이 사람 마음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수 있음에 놀랐다.

남편이 감동했는지 황영웅 콘서트 하면 티켓 사주겠다고 한 일이 있었다.

언젠가 황영웅에 대해서 생각을 적었다가 부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또 이러고 있다.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내가 어리석은 바보인지 모르겠다.

 

JS는 초기 치매 남편을 돌보는 친구,

HS는 갑자기 사지가 불편해져서 재활하는 남편을 돌보는 친구

둘 다 서울에 산다. 참 똑똑하고 아깝고 현명한 좋은 친구다.

JS는 인생의 쓴맛, 단맛을 나에게 얘기해 주는 속 깊은 친구

보지 않아도, 가끔 전화를 해도 진짜 마음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땐 나를 찾는다.

미혼일 땐 서울서 대구로 내려와 동대구 근처에서 밥 먹으며 마음을 풀고 서울로 가곤 했다.

시외 전화 요금보다 낫다며 부지런을 떨던 시절도 있었다.

전화를 했더니 놀란다.

"왜? 무슨 일 있나?"

울음 섞인 소리에 놀랐는가 보다.

통화 가능하냐 물었더니 교회에서 혼자 피아노 연습 중이라 괜찮다고 한다.

절대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참 부지런하고 열심이다.

 

날 알아보지 못해도 날 기억하지 못해도

당신만 곁에 있으면 난 행복해요 좋아요

젊어서 고생시키고 속 썩인 내가 미워서

당신이 나를 잊은 것 같아 눈물이 납니다

여보 미안해요 여보 고마워요 

이 세상 저세상까지 당신과 함께 하겠오

걱정하지 말아요 영원한 내 사랑

 

치매를 앓아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에게 불러주는 노래다.

내 나이도 있지만 주변에 연세 많은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하나같이 치매가 오거나 아플까 봐 걱정을 하시니 더 울림이 가는 노래다.

이 노래 들으니 네 생각이 나서~~~~

서로 네가 있어서 고맙다며 배터리가 닳도록 인생을 나누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후를 위한 새로운 도전  (15) 2024.04.24
나 혼자서/2  (0) 2024.04.19
눈이 아픈데 눈물이 난다  (24) 2024.04.14
봄의 정경/봄을 닮은 여인  (18) 2024.04.13
봄비 내리는 날/마쪼 아지매  (0) 202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