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와서는 모든 게 낯설었다.
결혼이란 제2의 인생 출발로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한 탓일 수도 있겠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안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렸지만 기억과 마음에 담기는 어려웠다.
유일하게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잘 챙겨주신 분이 5촌 마쪼아지매다.
그때도 지금도 마쪼아지매로 통한다.
언젠가 궁금해서 물었다.
마쪼가 무슨 뜻인가요?
"나도 모르겠는데 알아보고 가르쳐줄게."
이후로 잠잠...
아마 일제 강점기 때 사용한 이름을 어르신들이 부르시던 대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아지매와 나는 서로 좋아하면서도 윗 동서의 눈치 때문에 명절 외에는 잘 만나지를 못했다.
동아쇼핑에 지분이 제법 있어서 골퍼웨어 매장을 운영하셨다.
가끔 필요한 옷을 사려 가면 제일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 주시고 세일을 하지 않는 품목도 늘 세일 가격으로 해주셨다.
수십 년 사이 아지매도 우리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고 마음으로만 위로하고 응원하며 지냈다.
그래도 노후는 어느 누구보다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보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는 형님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니 가끔 둘이서 만난다.
5살의 나이 차이가 있고 서로 깍듯이 예의를 차리지만 편하고 공감하는 일이 많아서 좋다.
아지매는 대구 토박이다.
대구의 옛 문화나 곳곳에 얽힌 얘기들을 해설사처럼 재미있고 상세하게 해 주신다.
더 집중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시대와 현장을 직간접 경험한 분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한 예가 있다.
지금의 반월당에 있는 덕산 빌딩이 예전에는 덕산탕이었다.
대구에서 제일 큰 대중목욕탕이었는데 뜨거운 폐수가 하수구를 통해서 나오면 주위에 빨래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기절초풍할 일이지만 위생관념이 전혀 없고 수도 보급도 잘 되지를 않아 우물을 사용하던 시절이니 이해가 간다.
미군들이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한다.
봄비가 내리는 날, 꽃구경보다 얘기 삼매경에 빠졌다.
이런 분위기도 괜찮다.
앞으로 만남에서는 많은 향토 문화에 대해서 들려달라고 해야지.
마쪼아지매는 나의 일생의 한 페이지에 남기고 싶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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