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이 듦에~~~

눈님* 2023. 10. 16. 22:15

오늘 외출은 출발부터 산뜻하다.

셔틀버스 시간이 남아 둘째 언니랑 통화를 했다.

노인답지 않은 높은 톤으로 "JS 씨!" 내 이름을 불러준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더니~~

지난 날,엄마가 편찮으시다고 해서 전화를 하면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엄마, 편찮으시다면서 목소리가 좋으시네요?"

  "너거가 걱정할까 봐 목소리에 힘을 낸다 아이가."

 

외로움을 잘 타는 황혼의 언니에게 짧은 시간이라도 나면 전화를 한다.

전국이 일일생활권리라고 하지만 서울과 대구 떨어져 사니 만남은 쉽지 않다. 전화 외에는 특별히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통화 중 딸의 전화를 받았다.

바쁜 젊은 이들의 전화가 우선이다.

일상적인 얘기들이지만 늘 기쁨이다.

출발 시간이 된 것 같아 기사 아저씨께 "지금 차 떠나요?"

아직 출발 시간이 남았으니 마음 놓고 통화하라고 하신다. 출발 전에 손짓으로 알려주실 요량이다.

지난번 성질 고약한 젊은 기사와는 너무 비교되고 친절하셔서 오래 함께 하기를 빌었다. 

 

80세 전후로 보이는 등이 살짝 굽은 할아버지가 버스 문 앞에서 나에게 손짓을 하신다.

"예?"

"약한 여자분이 먼저 타세요."

두 손으로 오르라는 몸짓을 하신다.

"딸과 통화를 하고 탈 테니 어르신 먼저 오르세요, 감사합니다."

수수한 옷차림도 왜소한 체격도 어르신의 작은 배려심에서 멋진 노신사로 보인다.

 

재미있는 대화도 좋지만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대화는 정말 기쁨을 준다. 

나이가 드는 게 슬픈 일일수 있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겪은 좋았던 경험을 남에게 베풀고 작은 일에라고 애정을 가진다면

잘 익은 향기로운 술이 될 것이고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될 것이다.

귀찮은 존재가 아니고 존경과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오늘도 남편에게 하는 간섭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였고 욱하는 성질을 죽이려고 책장을 빨리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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