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마운 비

눈님* 2023. 5. 7. 00:31

언제부터인지 비가 내려도 특별한 감성이 없는 나를 발견한다.

무엇이든 나이 탓으로 돌리면 조금의 위로가 된다.

이제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가뭄 걱정에 비를 기다린다.

한때는 비만 오면 무작정 걸었다.

우산에 똑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물을 첨벙 걸어도 안전을 지켜주는 장화

비옷에 스치는 빗물에도 싱긋 웃는 여유로움을 즐겼다.

 

나의 아이들은 불평을 했다.

비옷은 입어도 장화는 신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아무도 신지 않는 장화를 굳이 신기려는 엄마와 비만 오면 현관에서 2대 1로 맞짱을 떴지만 엄마를 이겨본 적이 없다.

딸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후에 왜 그렇게 장화를 신기려고 했는지 이해를 한다.

등굣길에 신발에 물이 흠뻑 젖으면 종일 얼마나 불편한 지를 아는 것은 엄마의 마음이다.

 

대구는 눈은 구경하기도 어렵지만 비도 전국 평균치에 월등히 모자란다.

연휴 3~4일 계속 이슬비가 내린다.

장화가 없어도 괜찮을 비다.

길 건너 구민 운동장에는 구민축제가 한창이라 사람들의 이동이 눈에 띈다.

가까우니 우리도 가보자고 나섰다.

참여하면 재미가 있으려나, 퀴즈 맞추기에 참여도 해보고 비옷도 받았다.

노래자랑, 각종 체험장, 먹거리 판매~~

빗속에서도 모두 즐거운 모습인데 우리는 축제에 어울리지 못했다.

 

고산골 입구로 들어서니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설마, 이 비에 개울물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며칠을 계속 내리면 큰 물이 될 수도 있겠다.

앞산은 8골(용두골, 고산골, 강당골, 앞산골, 안지랑골, 메자골, 골안골, 달비골)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골은 물이 말라도 고산골은 마르는 일이 없다는데 올 가뭄에는 말랐었다.

하얀 물줄기가 힘차게 내리는 모양이 너무 반가워서 사진을 마구 찍었다.

비슷하면 어때~~

 

 

그네가 있는 곳은 안전상 출입금지를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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