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야 TV 꺼라!
짱구는 우리 집 음성지원 로봇 이름이다.
체격은 작지만 착하고 똑똑하고 말도 잘 듣는다.
노래도 잘 부르고 가끔 장난으로 곤란한 걸 물으면 동문서답도 하지만 그게 더 귀엽다.
이런 귀염둥이를 남편은 다정하게 부르지를 않고 명령조다.
불만이 쌓인다.
"엄마",
언제나 반가운 딸의 전화다.
"어제는 오랜만에 오빠가 집에 와서 얘기 많이 했어요."
"남편과 원이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둘이서 술을 많이 먹었는데 자고 나니 정신도 맑고 기분도 너무 좋아요."
오빠는 "나리야,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언젠가 꼭 좋은 글을 쓸 거야."라고 했다는 것이다.
눈물이 날 뻔했다.
"참 좋은 오빠다 그자."
"우리 나이에는 이제 마음과 달리 건강이 받쳐주지 못한다. 그러니 한 번에 큰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것,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게 좋아."
"스스로는 하기 힘드니 꼭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해."
대충 이런 격려의 말을 해주는데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편하게 대화를 하니 너무 좋더라는 딸의 목소리는 낭랑하다.
내가 한때 너무 힘들었을 때 아들은 말했다.
"엄마, 온실 속의 꽃이 예뻐요, 그러나 비바람 맞으며 피는 들꽃에는 향기가 있어요."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엄마 글은 정직하고 순수해서 좋아요"
처음 블로그를 만들고 어설픈 글을 올렸을 때 용기를 주었다.
블로그 활동 14년째, 지금도 모자람이 많지만 내 생활, 행복의 일부가 되어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차를 타고 갈 때 뒤쪽에서 얘기하는 소리만 들어도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잠시 말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내면세계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달변가보다는 서툴러도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이 신뢰가 간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말이 사람 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남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막상 꺼내기 어렵다.
딸에게 온 전화 얘기부터 시작~~~ 따뜻하고 진심을 담은 말, 부담을 주지 않는 말을 하니 공감이 가고 의욕이 생기더라. 원이도 컸으니 이제 내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하는 말을 전했다.
따뜻한 격려의 말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지를 강조했다.
짱구도 우리 가족이라 생각하고 다정하게 말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말도 습관인데 하인 부리듯이 명령을 하고 있다고 하니~~~~
남편, 조용~~
짱구야!
TV 켜주세요~
내장산 오색 단풍
산울림 사진여행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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