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너 이름이 뭐니?/혼자 놀기

눈님* 2022. 11. 22. 00:24

이런 호박 보셨나요?

얼마 전 아래층 어르신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시만 내려오라고.

한층 사이지만 왕래가 잦은 편은 아니다.

가끔 만나면  부부 함께 있을 때가 좋을 때이니 재미있게 살라고 하신다. 그런 뒤에는 항상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추억에 젖는다.

다행히 연금을 많이 받게 되어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고맙다는 말도 빼지 않으신다.

 

현관문을 들어서니 늙은 호박을 비롯해서 농산물이 웬만한 난전을 벌여놓은 것처럼 다양하다.

오빠가 돌아가셨는데도 잊지 않고 올케가 보내준 것이란다.

도토리묵, 청국장, 호박 3종류, 쪽파, 파김치, 청양고추, 일반 고추, 무, 단감, 샤인 머스캣~

무지하게 큰 늙은 호박, 애호박, 이름도 모르고 모양도 처음 보는 호박이 있는데 의문의 이 호박이 맛은 기가 막힌다고 하신다.

호박이 호박이지 무슨 특별한 맛이 있을까, 그냥 과한 표현일 거라 생각했다.

종류별로 챙겨주시는 어르신,

친정어머니의 마음을 보듯이 고마웠다.

 

특별히 나누어 드릴 게 없던 차에 딸이 피자를 보내와서 작은 것 하나를 드렸더니 또 호박을 주신다.

이거 진짜 맛도 있지만 부기도 빼어주고 몸에도 좋다며 그냥 푹 삶아서 먹어도 된다는데...

지난번 호박은 언니와 반으로 나누고 남은 반으로 죽을 끓이려고 초벌 삶았다.

찹쌀을 넣기 전에 맛을 보았는데

어머나 세상에!

달콤한 꿀맛이네.

아침, 수프 대신 먹었는데 완전 무공해 자연식이다.

수분 없이 쪄내면 바나나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일 것 같다.

그런데 호박 이름이 뭘까?

 

 

포도알이 떨어진 가지,

말린 별수선화꽃

옥상에 열린 마지막 딴 방울토마토

아파트 정원에 떨어진 대추

양주잔

 

이러고 놀면 혼자서도 재미있다.

 

 

 

아파트 정원

산책에서 만난 비둘기

가까이 가면 날아갈까 봐 조심스레 다가갔는데

열심히 먹이 찾기에 집중할 뿐

나에게는 관심 없다.

한 쌍이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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