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소중한 친구들

눈님* 2020. 11. 26. 15:18

오늘은 코로나 19의 신규 발생이 583명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 할 수 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우수한 k방역과 시민 의식을 세계에서 주목하고 배워야 한다는 칭찬에 자부심이 대단했고 많이 들떠있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울한 소식에 힘이 빠진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은 점입가경, 이젠 이런 뉴스들도 지친다.

아까운 시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새벽에 눈이 뜨여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나에게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눈님 홈페이지'가 생각났다.

잃어버린 혼돈의 시간 속에서 나와 함께 해준 작은 친구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아들이 만들어준 싸이월드. 

컴퓨터에 재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직접 관련 있는 것을 보면 재미를 붙일 수 있다며 친구로 맺어준 게 인연이 되었다.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었고 그의 주변 사람들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다 큰 아들의 사생활을 공개하며 엄마를 생각해 준 아들 생각하면 지금도 또 눈물이 맺힌다.

남의 글이나 일상을 보는 재미에서 조심스럽게 댓글 다는 것으로 발전되었다.

여기저기 카페에 가입도 하고 좋은 회원이 되려고 진심을 다해 활동했다.

글 쓰는 걸 제일 힘들어했던 나지만 댓글 하나에도 글 쓴 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정성을 다했다.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곳이 한국 삼행시 동호회였다.

카페에는 삼행시를 기본으로 사행시 오행시 시사 행시 이름 행시 종교 행시 퍼즐 행시 자유 행시 시조운 행시 영어 행시주먹시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등등

오락방송, 인터넷, 교회, 직장, 사회 곳곳에서 삼행 운을 푸는 놀이가 생겨나고 삼행시가 유행을 일으켰다.

일찍 입문하신 선배님들과 카페지기님의 도움으로 조심스럽게 삼행시를 지어보았다.

다른 카페 삼행시 방에서 멋대로 운을 풀며 지어보긴 했지만 이곳에서 운율에 맞혀 짓기는 처음이다.

김삼행 님 랑산 최기상 님 다음세대 님 불량 썬 괴물님이 내가 행시를 쓰는데 가장 영향을 많이 주신 분들이라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

다른 카페에서도 행시 방을 드나들었고 좋은 자료들을 올리며 재미있게 활동했는데 갑자기 카페가 없어지니 내가 올린 글이나 자료가 그대로 묻혀버리니 너무 허무했다. 싸이월드에 올렸던 아버지를 추억하며 썼는 글을 찾지 못했을 때도 얼마나 안타까워했나.

차라리 내 방을 만들자고 마음먹고 시작한 게 눈님 홈페이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이럴 때 딱 어울린다.

전화받거나 걸기, 문자 주고받기 뉴스 보는 수준인 스마트폰 실력의 컴퓨터 실력으로 블로그를 만든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머리에 쥐가 찌릇찌릇 나도록 연구해서 만들긴 했다.

내가 관심 가졌고 보고 싶은 것들을 세월이 흘러도 끄집어내어 볼 수 있는 창고라고 생각했다.

불이 날 염려도 없고 남이 훔쳐갈 일도 없고 보관비로 들지 않는 창고니 얼마나 좋아.

어설프지만 정성 들여 썼는 행시도 보관할 수 있으니 뿌듯하고 부자라는 느낌으로 행복했다.

힘들었던 시절을 이곳에서 꺼적거리고 놀았는 시간만큼 창고는 쌓여갔다.

다른 블로그 방문도 하고 친구도 맺으면서 조금 더 눈을 뜨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내용도 알차고 지식도 넘쳐나고 세련되고 조화롭게 꾸민 블로그들이 넘쳐났다.

비공개로 차단을 하며 혼자 그냥 편하게 놀았다.

좋은 운이 있으면 메모로 남기고 쓰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제목만 남기고 쓰기는 미루어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러다 개인적인 일로 모든 카페 활동도 멈추고 열기도 식어서 그냥 방치해 두고 있었다.

얼마 전 코로나 19로 집콕인 상태가 오래 계속되니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블로그를 열어보았더니 형식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정성 들인 영상음악으로 꾸민 행시들이 제대로 구실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행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있고 영상과 음악은 거의 서비스가 중지되어 홈페이지는 폭격을 맞은 듯 황량했다. 

너무 많아 복원하는 것도 쉽지가 않고 잘못하면 없어질까 봐 많이 안타까웠다.

저작권법이 통과된 이후로 불법 사용을 막은 탓이고 당연한 일인데 하소연할 곳도 없다.

 

요즈음은 소소한 일들이지만 나의 이야기를 가끔 적고 있는데 뇌 건강에도 좋고 살아있을 때의 흔적을 남긴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미완의 제목이나 메모는 삭제해 버리고 새로운 행시를 써볼까 생각을 했지만 일단은 정리가 먼저라는 생각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댈까 막막하지만 시작해 보자.

자유 행시부터~~

부끄러운 내용이나 공감가지 않는 작품이나 졸작들은 모두 삭제하기로 결심을 했는데 보는 순간 갈등 폭발이다.

운을 놓고 어쩔 줄 몰라 억지스럽게 끌어들여 퍼즐 맞추듯 글자 맞추기에 급급하기도 했고 단어 선택도 서투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연결도 있고 웃음이 날 수밖에 없는 걸작(사실상拙作) 들이 대부분이다.

음음~그때는 그랬지! 그랬구나! 응 맞아!  잘했어!  진짜로 수고했어!

모두 살려줄게.

고마웠어.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복원과 정리가 되면 공개로 돌릴까 한다.

70억이 넘는 세계 인구 중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나의 삶의 일부분이라도 박수를 보내주기를 바라고 또 작은 위안이라도 얻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 눈님 홈페이지*

 

눈..... 눈으로 마음으로 꾸며가는 홈페이지

님..... 님처럼 멋진 창고 만들지는 못하지만

홈..... 홈웨어 차려입은 새아씨의 마음으로

페..... 페어리 수를 놓는 동심으로 돌아가서

이..... 이곳에 나의 마음 차곡차곡 쌓을래요

지..... 지나면 그리운 게 걸어온 길 아닌가요

2012 11 02

 

페어리;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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