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공감이 절실해

눈님* 2019. 7. 31. 23:32

촵촵촵촵~~~~

이마, 뺨, 턱, 목 사정없이 내려치는 소리

따끔따끔 아픔을 느끼지만 계속 빨라지는 손놀림

누가 나에게 이런 아픔을 주었다면 재빠르게 방어 동작을 취하며 소리를 쳤을 테고 아니면 두고두고 곱씹었을 아픔이다.

비폭력주의자인 내가 이렇게 사정없이 얼굴을 두드리는 행동이 거친데 소리는 왜 또 슬프게 들리나.

세수하고 거울을 보니 눈물방울은 보이지는 않지만 속으로 꾹꾹 누르며 울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 혹은 능력이라 해도 좋다.

이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오늘은 가능한 한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일본, 아베, 전쟁광의 잔재인 극우세력들의 미쳐 날뛰는 모습도 소리도 듣기 싫다.

'6. 25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어떡할 뻔했나?'

이런 얘기를 서슴없이 해 대는 그들의 속내를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선량한 민족인가 어리석은 바보인가?

선량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도둑놈이 몽둥이 든다'는 속담을 곱씹어 본다.

 너무 자존심 상하고 조롱받는  현실에 분노하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울분을 터뜨리며 묘수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이다.

자존심을 지키며 보리밥을 먹을 것인가, 비굴하게 머릴 조아리며 쌀밥을 먹을 것인가 선택을 하라는 아베의 잔인한 폭언은 또다시 우리 국민을 갈라치게 하고 있다.

국토와 주권을 빼앗았던 그들이 이제는 경제 침략으로 도발을 하고 있다.

어렵게 이룬 경제를 생각해서 외교적으로 풀어라고 하지만 사실은 백기 투항하라는 사람들

보릿고개도 넘긴 민족이니 위기는 기회라며 일본의 경제 속국에서 벗어나는 절호의 찬스라는 사람

국론은 여야 갈리어 마음이 착잡하다.

 

예전에는 성능이 좋은 코끼리 밥솥이나 자잘한 일제 전자 제품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쿠쿠밥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일반 가전은 우리 제품이 가장 우수하니 다른데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주방용품도 색상과 디자인이 예쁜 일제를 많이 썼지만 국산이 좋아진 후로는 일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일제를 사지 않았지만 '소부장 수출 불가'에 대항해서 불매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참여라고 하지만 기껏 기사에 댓글 달면서 울분을 터뜨릴 뿐이지만.

아!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려고 했었는데 보급사가 일본이라 마음 접고 가끔 들리던 다이소도 발길 끊었다.

나 몰래 유니클로를 가끔 사는 남편이 곱게 보이지도 않는다.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는 적극 불매 운동에 동참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한 결과 사위가 일본 맥주 사는 걸 포기시켰다.

"일본 맥주 사면 엄마한테 야단맞아요~~"  딸이 공감해 주어서 이루어진 일이다.

"복지관에 다니는 언니가 볼펜으로 쓴 글씨를 지우는 게 있다는데 12,000원이래."

사야겠다는 말에 틀림없이 그거 일본 제품이라며 못 사게 했다.

우리 주위에는 자연스럽게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일제가 너무나 넘쳐난다.

매의 눈으로 살피고 실천만이 우리 국민들이 그들의 부당함에 대항하는 것이다.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 운동은 한다."라고 외치는 남녀노소들의 울분이 메아리치지만 침략의 진격 나팔 소리는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란 강국에 끼어 거기에 남북이 갈라져 우리의 입지는 너무도 좁다.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짧은 시간에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성공한 세계 역사상 유일한 나라다.

우리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남북한의 긴장도 느리지만 화해 무드로 가고 있다.

남북이 협력하고 언젠가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힘은 한강의 기적 이후 또 다른 기적을 이룰 것이다.

일본, 그들은 우리가 부러운 거다.

일제 36년 속국에서 벗어나 짧은 시간에 눈부신 발전이 부러운 거다.

남북을 갈라놓고 피를 빨아먹고 살을 갉아먹던 그들이 이제는 우리가 두려운 거다.

믿었던 미국도 이제는 노골적으로 투자한 가치를 뽑아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공격을 아직은 스스로 막을 힘이 부족하다.

답답하다.

화가 난다.

 

늦게 점심을 먹은 탓에 저녁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굶을 수는 없다.

떡갈비에 양파 감자 브로콜리 청양고추 마늘 등 야채를 볶은 안주와 냉장된 막걸리로 저녁을 대체했다.

2병의 술을 남편과 반반 나누어 먹었는데 우울하던 기분이 가시고 콧노래가 나왔다.

한동안 멀리했던 노래가 미스 트롯을 보고 더 정확히 송가인이란 가수를 보고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정화시켜 주는지 새로이 알았다.

"나 노래 부르고 싶은데?"

"불러봐라."

성의 없는 남편의 대답이었지만 난 흥에 겨웠다.

한강

이별의 부산정거장

애수의 소야곡

용두산 엘레지

초우

목청이 트였는지 술의 힘인지 트로트의 꺾기도 기가 막히게 잘 되고 소리도 청아하게 만족스럽다. 

혼자 계속 부르기 미안해서 남편이 좋아하는 '고향무정'을 선창 했더니 잠깐 함께 부르다 말고 삼성과 롯데의 야구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이곡 저곡 불러도 남편의 눈과 귀는 tv에서 떠나질 않는다.

우리는 항상 이렇다.

정치적인 얘기가 아니면 서로 공감하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조금 슬프다.

양치를 하고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고 방에 들어와 지금의 심정을 자판기로 두들기며 넋두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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