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언제나 살아가는데 작은 희망으로 나를 즐겁게 한다.
얼마나 기다렸나.
온 세상이 새하얗게 덮이는 눈의 세계를.
눈이 좋아 닉도 '눈 내리는 마을'로 지었는데 간소화하라는 주문에 '눈님'으로 줄였다.
기상 이변으로 올봄에는 4월에도 눈이 내리더니 눈이 귀한 대구에 폭설이 내렸다.
기상대에 의하면 15 센티가 내렸지만 더 내릴 것이라니 마냥 좋아라만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미 먼저 내린 강원도의 피해는 엄청나지만 부산에도 눈 피해가 많다는 보도가 나오고 내일이면 또 다른 뉴스가 전해질 것이다.
베란다를 통해 보이는 밖은 온통 눈 세상이다.
하늘과 산은 경계선이 희미하고 가로수는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 꽉 찬 차들도 오랜만에 하얗고 포근한 이불을 덮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나갔지만 휘몰아치는 눈바람에 밀려 뒷걸음질 쳐들어와 버렸다.
갑자기 눈에 대한 낭만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띄엄띄엄 다니는 차들은 제자리를 벌벌 기고 있고 지나는 행인들의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가뜩이나 물가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생활이 보통 걱정이 아니다.
시골에는 비닐하우스의 피해도 만만찮을 것 같고 김치 파동에 놀란 가슴 또 걱정이다.
컴퓨터 AS 차 방문 약속이 되었지만 미루자고 연락을 취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언니에게도 조심하라는 전화를 했다.
이제는 보호받는 입장이 아닌 완전히 걱정거리가 많은 중년의 모습에 흐뭇함과 서글픔이 교차한다.
어릴 때에 눈이 오면 어머니는 걱정이 많으셨지만 마냥 좋기만 했다.
추위도 잊은 채 눈사람을 만들고 발갛게 얼은 손을 호호 불면 뽀얀 김이 찬 손을 데워줄 때의 따뜻함.
장독 위에 내린 눈을 살짝 걷어 입에 넣었을 때의 사르르 녹는 부드럽고 청정한 맛!
토끼를 잡으려고 동네 아이들과 눈 쌓인 뒷산을 헤매던 일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처럼 눈 위에 활짝 누워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행복했던 웃음 등..
눈이 녹아 질퍽거려서 신발과 옷에 흙물이 틔던 길도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베란다의 방충망을 힘겹게 밀고 날리는 눈을 손으로 받았다.
문틀 사이에 쌓인 눈을 한 움큼 쥐었다.
작년에는 꼬마 눈사람을 만들어 베란다에 세웠는데......
예전만큼 눈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눈 때문에 걱정이 많은 사람들께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눈이 내리니 좋다.
날이 새면 카메라에 담을 것이고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조금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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