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가수다/다시 또 탈락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겁니까?

눈님* 2011. 3. 26. 03:00

오늘은 금요일,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는 일일 드라마 외에는 드라마가 없는 날이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나는 가수다'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방송 사고가 났고 관계된 사람들의 기사도 본 기억이 나서 유심히 보았다.

케이블채널 엠넷에서 [슈퍼스타K2] 가 인기몰이를 한 이후 다투어 비슷한 프로가 많았지만 눈여겨본 일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7명이 도전하여 1명을 탈락시키는 규칙이 정해져 있는데 500명의 청중 평가단이 투표를 한다.

10대에서 50대로 100명씩 균형을 맞춘 것도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즈음 가요 잔치는 젊은 층이 주류가 되어버렸고 편향된 음악만 들어오던 터라 내심 반가웠다.

윤도현 김건모 백지영 이소라는 잘 알지만 박정현 정엽 김범수는 잘 모르는 젊은 가수다.

1차에서는 자신의 곡을 부르고 2차는 밋션에 의해서 곡이 정해지는 것이었다.

1차는 보지 못했고 2차를 보게 된 것이다.

자신의 곡이야 잘 부르겠지만 전혀 다른 장르의 곡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나름 최선의 열정을 쏟아서 프로로서의 감동적인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7명의 가수들이 제 나름대로 편곡된 곡을 열창을 했다.

지금까지 기성세대의 곡들만 익숙했고 젊은 세대들에서는 화려한 댄스에 눈이 가고 음악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기존의 기성세대들이 즐겨 부르던 곡도 젊은 세대가 부르니 완전 다른 느낌이 왔다.

우와~정말 잘한다!

젊은 가수들은 노래보다 외모나 춤을 잘 춘다는 선입견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평가단의 투표를 집계하는 동안 나름대로 누가 탈락할까 점수를 매겨보았다.

가수니까 기본이야 되지만 미션에 의한 곡이니까 진정으로 그 곡을 잘 이해하고 열심인 사람을 생각했다.

김건모나 이소라가 탈락되지 않을까~~

침묵과 긴장 속에 김건모의 탈락을 발표하는 순간 모두의 놀라움에 내가 더 놀라고 말았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모두 왜 그러지?

여기에도 기득권이란 게 있구나.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깊숙이 자리한 우리의 사고방식. 어쩌나.

당사자인 김건모 씨의 검붉어진 얼굴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 명이 아니고 두 명만 되어도 손 잡고 웃을 여유를 보이겠지만 노래 잘하는 국민 가수라 사랑받던 몸이었으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고 공부를 일등해도 대학에 떨어지는 일은 흔하다.

그런데 MC를 맡은 이소라의 개인적인 행동은 참 가관이다.

여기에 평소에 참으로 말을 잘하고 진국이라고 생각했던 김제동 씨의 재도전 발언을 또 뭔가?

500명의 청중평가단은 정말 무시당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희 PD의 재도전 기회를 주겠다며 사태 수습을 하는 모습은 참 실망스럽다.

다른 사람이 탈락되었어도 과연 그렇게 했을까?

편집에 따라서 시청자에게 전해지는 느낌은 많이 다를 수도 있다.

생방송도 아닌 녹화 방송인데 어떤 의도로 편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문이 너무 많았다.

정해진 규칙은 지키고 문제점이 있으면 시정해서 다음 기회 때부터 시행하면 되는 것이다.

김건모 씨도 재도전의 기회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깨끗이 승복하는 게 탈락의 부끄러움을 반전시키는 진정한 용기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에 많이 약하다.

정을 앞세울 때 이성과 논리는 뒤로 밀리게 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하면 성격이 까다롭거나 매정한 사람으로 매도당하기 쉽다.

정이 많고 연장자에 대한 예의로서 탈락자에게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사는 복잡한 사회에서는 정해진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힘 있고 강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예외란 아부와 특혜일 뿐이다.

꼭 예외가 필요하다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약자에게 주어지는 게 함께 살아가는 밝은 사회일 것이다.

늦은 밤 우연히 보게 된 프로에서 또 어두운 사회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재 도전해서 다시 또 탈락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겁니까?"

박명수 씨가 던지는 말이 참 신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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