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족

눈님* 2024. 6. 12. 15:50

나에게 가족이란

늘 보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맛있는 것 함께 먹고 싶은 존재다.

어찌 보면 참 단순한 욕구인데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도 서로의 일정을 맞춰 약속을 했는데 일정이 빠듯하다.

사위의 생일과 새로 마련한 사무실 둘러보기, 친구들 만나기, 근교 유람 등

큰댁 형님과 둘째 언니에겐 여유가 없어 비밀로 하고 늘 보고 싶다고 하시는 사돈 어르신께도 전화드리지 않았다.

 

벅찬 일도 욕심내는 며느리는 몸까지 좋지 않아서 빠지고 모두 모였다.

미안해하는 며느리의 전화에 일도, 달마다 아픈 것 너무 잘 알고 이해한다고 안심시켰다.

우리 모두는 안타까워하면서도 음식 준비는 간단히 줄여도 되겠다며 편안해하는 딸의 마음에 이해가 간다.

그러고 보면 사위와 며느리는 가족이라고 해도 조금은 덜 편한 게 사실인 것 같다.

아들은 매부에게 고급 만년필을 선물했다.

CEO의 필기구인 만년필 선물은 성공을 비는 뜻이 담겼다니 최고의 선물이다.

딸은 남편과 어린 딸이 함께 보낸 시간들을 동영상으로 제작한 세상에 단 하나뿐이 아름다운 영상을 선물했다.

우리 가족 모임의 특징은 꼭 술이 등장한다.

생수, 무알콜, 소주, 맥주, 와인, 취향대로 다양하다.

이번에 달라진 게 있다면 손녀의 아주 작은 유리잔이 어른과 동급인 크기 잔으로 바뀌었다는 것

이런 분위기에는 이야기도 자연스럽다.

나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해도 즐겁다. 티스토리에 글을 쓸 때 일상적인 일인데도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지

못하고 망설이거나 아예 빼버리는 일이 있다고 하소연.

"엄마, 그러지 마세요."

"엄마 글은 순수하고 담백해서 좋고 남 의식할 필요 없이 생각을 그대로 쓰는 게 좋다.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니 전혀 고민할 필요 없다."라며 위로해 준다.

어쩌면 이런 응원을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루는 사무실 구경을 하고 성북구 일대를 드라이브했다.

아이들이 대학교 다닐 때 살던 아파트를 바라보는 게 새롭고 청와대, 경복궁, 연대, 이대, 예술의 촌

나폴레옹 빵집~~

해 질 녘에는 딸이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아파트 정원을 산책했다.

둥근 그네 모양의 하얀 조형물이 신기해서 다가가보니 의자였다. 사위가 의자에 앉아보란다.

한때 좋아했던 모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식 의자인 것이다.

난 이럴 때 너무 감동을 받는다.

지난번에 왔을 땐 손녀를 재우고 새벽까지 셋이서 얘기를 하며 보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영상을 TV 화면에 띄워놓고 조명등도 걸어놓고.

사위도 딸도 클래식을 좋아하는데 딸이야 엄마니까 어쩔 수 없지만 장모가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몇 시간이나 듣는다는 게 보통 인내심이 아니면 짜증 날 만도 한데.  

오늘,

그때 가장 좋아한다는 곡을 잊지 않고 듣게 해 주었다.

한 달여 전 아들의 전화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 사인을 받아두었어요."잘한 듯이 말한다.

방송국 PD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기 연예인들을 만나기도 사인을 받기도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예전에 많이 불렀던 노래를 기억하며 엄마가 그 가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 것 같다.

사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 특별하게 가수를 좋아하거나 사인을 받은 일도 그럴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래도 엄마가 무얼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져주는 게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런 살가운 가족들, 가끔의 실수나 잘못이 있어도 포용과 용서를 할 것이다.

 

가깝고 편한, 무얼 주어도, 어떤 희생도 아깝지 않은 게 가족이지만 서로가 지켜야 할 것도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

싫어하는 행동이나 언어는 조심

부담을 주는 일은 가급적 만들지 말 것

희망과 용기 주기

늘 관심을 가질 것 등등

누구나 가족에 대한 애정이야 애틋하겠지만 떨어져 사니 더 그러한 나의 가족

후딱 지나가버린 3박 4일

늘 아쉽다.

아내가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이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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