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소장해 온 소품들을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실에는 어항이 있었다.
유리 어항 속의 빨간, 하얀 금붕어들의 하늘거림은 정말 예뻐서 눈여겨보기도 하고 도화지에 그리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도 작은 어항에 금붕어를 키우기도 하고 마당의 작은 연못에 여러 종류의 금붕어를 키우기도 했다.
나중에는 실내 인테리어를 겸한 등나무 수족관을 설치하고 관상어를 키웠다.
밤이면 거실 불을 끄고 수족관을 보면 작은 바닷속을 구경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크고 작은 열대어들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도 제일 예뻤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 '구삐'라는 열대어다. '구삐'는 아주 작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몸속의 뼈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고 습도 조절에도 좋지만 가끔 죽는 열대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지금이라면 눈 딱 감고 뜰채로 건져내어서 어떻게 처리를 하겠지만 그때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급할 때마다 앞집 도우미 아줌마의 도움을 받았다. 너무 고마워서 정원수로 한 그루 심어놓은 감나무에서 제일 먼저 땄는 단감을 드렸다.
아이들이 서울로 떠난 집은 너무 적막하다.
오래 살아 정이 들었지만 변화도 느끼고 싶어 아파트로 옮길 결심을 했다.
그때만 해도 집으로 손님 초대하는 일도 많았고 친구나 가족들 간의 교류도 집에서 하는 일이 많았으니 그 집의 주부들의 취향을 잘 알던 때이다.
아파트로 이사 가면 수족관 선물을 해주겠다는 지인이 나타났다.
큰일 났다.
아파트로 가면 집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게 변화를 시킬 생각인데.
그리고 관상어는 다시는 키우지 않을 건데.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바로 팔공산 가는 길목, 블로동에서 보았던 인테리어 집으로 달렸다.
실내정원 겸 작은 연못, 물레방아를 이용한 분수대 등 다양하다.
괴암 바위에 물이 흐르고 이끼로 덮은 둔덕과 바위틈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풍란이 어우러진 분수대가 눈에 띈다.
됐어!
거금이지만 바로 계약하고 배달을 기다렸다. 장골 2~3명이 들어야 가능한 무게란다.
바로 수족관 선물해 주겠다는 지인께 전화를 드렸다.
"수족관 놓을 자리가 없으니 고마운 마음만 받겠다."
다시는 금붕어의 사체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마음에 쏙 드는 수석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지인께는 거짓말하지 않고 거절하게 되어서 마음도 가볍고.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이끼도 말라버렸고 풍란도 자라지 못해서 원래의 모양은 잃어버렸다.
전동기는 보관하고 있기는 한데 녹이 슬고 부분적으로 물에 닿았던 부분이 백화현상이 생겨 깨끗하지 못하다.
새로운 전동기 설치를 하면 물소리와 시각적인 면은 좋은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어떨지 망설이는 중이다.
바위계곡을 흐르던 청량한 두 줄기 물, 푸르름의 이끼와 풍란은 없어져도 자식이 성장해도 어릴 때를 기억하는 부모 같은 마음으로 늘 함께 한다.
수반에 물을 채우고 바위에는 스프레이로 물을 뿜어주며 사랑도 준다.
아마도 나보다는 훨씬 오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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