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울답다.
조금 열어둔 앞뒤 베란다의 휘이휙~~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다.
그래도 햇살이 쨍쨍하니 기분은 상쾌.
올해 흔한 눈은 인색했지만 대구는 대체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어서 추위를 모르고 지냈다.
모진 추위가 지나면 봄이 올 테지.
이른 생각이지만 봄을 떠올리니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문 기억들이 아른아른~~~
들로 나가면 온갖 나무와 풀, 꽃들이 아름답지만 눈을 크게 뜨고 찾는 게 쑥이다.
한때는 쑥 캐는 재미로 봄을 기다릴 때가 있었다.
어린 해쑥은 국으로 끓여 봄의 별미로 많이 먹지만 조금 질겨진 쑥은 전으로 부쳐먹는다.
쌉쌀하고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봄의 입맛을 돋우는 데는 최고지만 쑥 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냇가나 개울에 가면 물보다 돌에 눈이 먼저 간다.
특이한 모양의 돌이 있을 것만 같고 보통의 돌도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이 흐르면서 부딪히고 깎여서 만들어진 모양이니 그것만으로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
꿈에서도 돌을 찾아 헤매는데 신기한 모양의 돌을 발견하지만 가지고 나오려는데 반출이 금지되는 곳이라 난감해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실내에서 베란다로 자리를 옮겼지만 꽤 많은 돌이 모여있다.
바다에 가면 수영은 생각지도 않고 조개껍질 찾기에 바쁘다.
그래서 철 지난 바다가 더 맘에 든다.
아주 작은 조가비들은 하나같이 모양이 다르고 귀엽고 예쁘다.
어떻게 수집했는지 기억은 없는데 큰 모양의 조개껍질과 고동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색과 모양도 우아하지만 다른 고동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대형 소라가 있다. 우연히 귀에 대니 묘한 소리가 들린다. 아주 먼 옛날 전설의 그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 표현할 수 없는 고요한 소리에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처음 구입을 했을 때, 소리가 너무 신기해서 침실 가까이 두고 시도 때도 없이 귀에 대고 신비한 소리를 들었다.
힐링하는 데는 그만이다.
그런데 손녀가 사고 쳤다.
서재방에 모셔둔 소라에 손을 댔고 귀퉁이 세 부분이 떨어져 나가 버렸다.
너무 아끼던 거라 울고 싶을 정도로 속상했지만 겨우 표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냉정히 내버려 두었던 소라에 다시 눈길이 간다. 장애를 입어도 자식인 것처럼.
다시 떨어졌던 부분 한 곳은 본드로 붙였고 떨어져 나간 부분을 찾지 못한 두 곳은 어쩔 수가 없이 그냥 두었다.
오랜만에 귀에 대니 소리가 들린다.
전설의 그 속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신비의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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