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정래 3대 대하소설을 읽고

눈님* 2023. 5. 28. 17:21

흠~~~

큰 숨 한번 길게 내어본다.

한참을 그냥 멍하게 있었다.

'한강' 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작가의 20년 글감옥에서 출옥하셨다는 소회를 담담히 읽었다.

녹음 짙어지는 앞산에는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조정래' 작가님에 대한 감사와 따뜻한 마음을 전하면서.

 

결혼 후 친정아버지가 오셨을 때 남편에게 물으셨다.

"자네는 책장에 책이 많은데 얼마나 읽었나?"

"몇 권 읽지를 못했습니다."

"책은 장식으로 꽂아두는 것이 아니고 읽어야지."

이후에도 전집을 비롯해서 수시로 모은 책이 꽤나 많았다.

할부 책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부탁을 외면 못하고 억지로 구입한 것이니 특별한 애정이 없었다.

가끔 꼭 읽고 싶은 책은 구해서 보기는 했지만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나이 듦이 좋은 이유가 많겠지만 시간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게 좋다.

언니랑 둘이서 시내 큰 책방에 들러서 두리번거리는 것도 좋다.

너무 많아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기 일쑤다.

우리는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을 위해서는 신간 위주로 봐야 하는데......

"언니야, 우리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쟈. 그래도 기분 좋다."

 

우연한 기회에 '정글 만리'라는 책을 읽었다.

중국과 교역관계로 중국에 상주하면서 보고 겪는 이야기들인데 중국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작가는 조정래

집에 꽂혀있는 '아리랑', 작가가 같은 분이잖아.

1,2권이 있어서 서둘러 읽어보니 구한말부터 시작되는 역사 이야기다.  전체 12권으로 되어있는데 두 권밖에 없어서 애태웠더니 조카가 전집을 구해주었다.

언니랑 나는 성격이 끈기가 있다. 기본 할 일만 하고 독서에 열중했다.

서러움과 분함, 안타까움을 서로 얘기하며 재미있게 보니 '태백산맥' '한강'도 구해줬다. 

작가의 대하소설 3종의 주인공이 대부분 호남 사람이고 '한강'은 서울이 주 무대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호남이다. 호남 사투리를 소리 나는 대로 쓰여 있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생소하겠지만 고향이 경남 진주고 어릴 적에 그곳에 살았기 때문에 전혀 무리는 없었다.

엄마의 사투리에는 영호남의 사투리가 섞여있었다는 걸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겨울의 일부분과 봄은 조정래의 3대 대하소설(32권)에 푹 빠져 흔한 꽃구경 한번 제대로 못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리랑

구한말~광복 직전까지가 배경이다. 총 12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주, 만주, 연해주 등(그  당시 조선인이 타의적이던 자의적이던 있던 곳 대부분)의 광범위한 곳을 다룬다. 일단 초반부의 배경이자 주연급 인물들의 고장은 전라북도 군산이다.

 

태백산맥

1945년 8.15 광복 후부터 1953년 휴전협정으로 끝맺음하기까지,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을 주된 무대로 하여 한국 근현대사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소설이다. 벌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답게 등장인물 대다수가 벌교 출신이며 대부분의 사건이 벌교서 벌어진다.

 

한강     

4,19 전야인 1959년부터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까지 20년이란 시간의 한국 현대사를 다루었다.

어린 시절 어렴풋이 기억나는 사건부터 생생하게 기억하는 역사의 순간들을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태백산맥은 해방정국에서 좌익 계열에는 우호적이고 우익 계열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라며 1994년 우익 단체에 고발되어 국가보안법 여부에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 역사상 최장기 미제 사건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지만 2005년 불기소처분을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리랑은 어떤 학자는 역사왜곡이라고 악평하는 이도 있고 어떤  학자는 하나하나 반박하며 근, 현대사를 알려면 그의 소설을 읽어야 된다고 한다.

일상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입장은 첨예하기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옳고 그르고 따지면 늘 싸움만 하게 된다. 어차피 소설은 약간의 감미료가 쳐져 있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편하다.

분명한 것은 조정래 작가님의 소설은 약자와 상처받은 민중들의 입장에서 써여졌다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말고 역사를 바로 아는 지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작가란 그 어느 시대, 그 어떤 정권하고 든 불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이란 오류를 저지르게 되어 있고, 진정한 작가는 그 오류들을 파헤치며 진실로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정치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진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나 진보성을 띤 정치세력이 배태하는 오류까지도 직시하고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끝없는 불화 속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

 

조정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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