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감성 파괴자' 에서 탈출

눈님* 2023. 5. 12. 01:10

"아저씨는 꽃을 좋아하시나 봐요."

내 나이 또래의 아주머니와 5~6세 더 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지나가며 하는 소리다.

남편이 넝쿨장미를 찍고 있는 모습을 보며 웃는다.

바라보며 웃었더니 다음 말이 더 재미있다.

우리 남편은 사진만 찍으면 "그런 걸 찍으면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못마땅해하신단다.

"감성이 생기잖아요."

 

한때는 남편을 '감성 파괴자'라고 불평을 할 때가 있었다.

음식 놓고 사진 찍는 거 꼴불견

산책을 할 때도 걷는 게 목적

좋아하는 노래 몇 곡 외에는 음악 틀어놓으면 소음

아이돌, 걸그룹들 댄스나 랩을 들으면 저게 무슨 노래냐

여행은 어디 다녀왔다는데 의미......

안 맞아,

하나도 안 맞아,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남성 호르몬이 저하되어서 그런가?

자신이 싫어하던 일들을 남에게 강조하지 않는다.

가능한 상대방의 의사에 보조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제일 많이 변한 게 예쁜 꽃이나 풍경을 휴대폰으로 열심히 찍는다.

아주 가끔 음식이 맛있어 보이고 예쁘게 담아 놓으면 휴대폰을 들이댄다.

이럴 때는 내 입꼬리는 올라가고 남편의 모습이 멋져 보이고 필요이상 말도 많아진다.

무딘 감성이 조금씩 살아나니 할 얘기가 많아진다.

 

퇴직 후 부부 둘이 살다 보면 불편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불만을 늘어놓다 보면 황혼 이혼, 졸혼, 무늬만 부부, 별거 등 별의별 일이 생길 수가 있다. 

입장 바꾸어보면 남편 역시 아내에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을 게다. 

나이가 드는 게 좋은 점도 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인색하지 않아서 좋다.

남편뿐만 아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가지려는 욕심을 내어본다.                  

 

 

열심히 찍기도 하고

 

 

슬쩍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

기분이 좋아서 사진에 장난질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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