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목마름에 눈을 떴다.
꿈이었다.
혀를 굴러 침을 만들어 입안을 적셨다.
천장에 눈을 고정하고 꿈을 정리해 보았다.
보통 꿈은 깨고 나면 잊어버리던가 생각이 나도 부분적이다.
그런데 너무 생소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다행이라 다시 처음부터 연결해 보았다.
아이들이 결혼하기 전인 것 같다.
넷이서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기로 되어있었다.
남편은 기차표를 한 장씩 나누어주며 1시간 후에 기차를 타면 된다고 한다.
1시간 후?
준비도 안 됐는데 역까지 가는 게 가능할까?
부리나케 옷을 입으려는데 생각해 둔 겉옷이 보이 지를 않는다.
널브러져 있는 옷들이 너무 많아 약간 짜증이 났지만 시간이 급하다.
계절이 조금 지난 옷이지만 급한 대로 입었다.
흠~~ 어떻게 시간 계산을 했길래......
"나리야 빨리 걷자."
"아빠랑 오빠가 벌써 보이지도 않는다."
딸은 길가에 구경거리가 있으니 들여다본다.
나도 함께 보다가 아차, "빨리 가자." 딸의 손을 당겼다.
또 다른 곳에 구경을 하길래 재촉을 하니 딸은 몇 걸음 걷다가 그냥 길에 쓰러져 버린다.
"나리야!" 깜짝 놀랐다.
그런데 넘어진 채로 미소를 보내는 걸 보니 아픈 게 아니고 재촉하는 엄마에게 장난을 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기차를 놓칠 것 같아서 짧은 다리로 계단을 한 번에 다섯 칸씩 올랐다.
딸에게도 그렇게 해보라며 안달을 했다.
쭉쭉, 훨씬 긴 다리를 자랑하는 딸은 한 칸씩 올라온다.
계단을 오르니 멀리 기차 플랫폼이 보이고 가까이서 아들이 우리를 맞는다.
여자 둘이만 남겨놓고 가서 서운했던 마음이 조금 누구로 진다.
셋이서 당도했을 때는 우리가 타야 할 기차가 당도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선로에는 느릿느릿 화물열차의 움직임만 보인다.
남편은 보이지도 않는다.
포켓에 손을 넣어 기차표를 찾으니 구겨진 휴지가 나온다.
옷을 잘못 입어서 그런가, 머리가 복잡하다.
물으면 일행이라고 하면 되겠지 뭐.
급했던 마음을 한숨 돌리고 옆을 보니 남편이 서 있다.
눈이 마주치니 씨~익 웃는다.
평소 많이 본 웃음이다. 멋쩍을 때나 나를 놀릴 때 웃는 웃음.
??
다음 시간으로 차표를 바꾸었다고 한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난다.
입안이 바싹 탄다.
이렇게 생생할 수가 없다.
그런데 짧은 꿈속에 개개인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 것에 놀랐다.
프로이트의 꿈 해석에서는 '꿈은 무의식의 통로'라고 했다.
무의식 중에 평소의 생각과 일어날 일이 그대로 꿈으로 나타났다.
시간 계산에 서툰 남편
실수와 잘못을 싫어하고 맞추려고 안달하는 나
욕심 없고 여유만만한 딸
배려심 많은 아들의 행동은 의문이 남지만 대체로 맞았다.
이달 말쯤에 온 가족 만나는 계획, 필요한 옷만 남기고 과감하게 정리를 해야겠다는 평소 생각, 계단 오를 때 보폭을 넓히려 두 칸씩 오르는 경우도 맞았다.
남편과 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들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차 시간에 맞출 수가 없으니 빨리 가서 다음 열차로 표를 바꾸는 게 맞겠다. 그래서 아빠랑 먼저 갔고 아빠가 표를 바꾸는 사이에 다시 우리에게로 왔다.
드디어 한 편의 콩트가 완성되었다.